ADVERTISEMENT

신혼부부 살해범 17세 소년 검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부산 「뉴·서울」여관신혼부부살해사건의 범인은 뜻밖에도 17세의 소년이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 330수사대는 1일 하오 8시쯤 특수절도피의자로 검거했던 서모군(17·부산시 부산진구 범1동)을 신문 끝에 2일 상오 1시쯤 서군으로부터 신혼부부를 살해한 범행일체를 자백 받고 그가 훔쳤던 「루비·스타」반지 1개, 남자용 금반지(9.4g), 여자용 팔목시계 등을 증거물로 찾아냈다. 서는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가 빚쟁이에게 몰리는 것을 보다 못해 장사밑천을 마련하려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서 자백했다. 경찰은 서군을 강도살인혐의로 긴급 구속했다.

<범행>안대·콧수염 붙이고 손님으로 가장 투숙
여관 비상계단의 용접일을 해왔던 서군은 25일 하오 6시30분쯤 식칼을 품에 감추고 「뉴·서울」여관 5층 601호실에 투숙했다. 서군은 자기집에서 나설 때 붕대를 잘라 안대를 만들어 왼쪽 눈에 붙이고 먹물로 콧수염을 그리고 아랫배에 수건을 말아 넣어 배가 나온 것처럼 꾸미고 색안경까지 끼고 여관에 들어섰다.
서군은 숙박부에 이윤복(35)이란 가명을 기재한 뒤 밤을 뜬눈으로 샌 뒤 26일 새벽 4시쯤 자기 방의 열쇠를 갖고 복도로 나가 옆방에 귀를 대어 동정을 살폈다. 기척이 없어 열쇠로 열어보니 빈방으로 밝혀졌고 계속 이웃방 앞으로 걸음을 옮겨 사람이 투숙한 방을 골랐다. 약5분 후 서군은 허성락 대위(30) 내외가 투숙한 609호실에 이르러 방안에서 나는 침대소리와 숨소리 등을 듣고 겁이나 일단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서군은 10분쯤 지난 뒤 다시 허씨 방 앞에 가서 준비한 수건으로 손잡이를 감아 살그머니 열고 들어갔다. 순간 인기척에 잠이 깬 신부 정영순씨(26)가 『누구냐』고 소리치자 서군은 달려들어 왼손으로 정씨의 입을 틀어 먹고 승강이를 벌였다.
이 통에 허대위가 잠이 깨 『누구냐』고 소리쳤다. 서군은 허 대위의 왼쪽가슴을 식칼로 찔렀다.
이때 정씨가 『사람 살리라』고 소리치자 다시 정씨에게 2∼3번 칼질을 해 방바닥에 쓰러뜨리고 계속 허대위를 4∼5차례나 연거푸 찔렀다.
어둠속에서 허대위 내의가 숨을 거두자 서군은 전기「스위치」를 올려 방에 불을 켜고 벽에 걸린 허대위의 양복을 뒤져 현금2만여원, 주민등록증을 뒤져내고 방구석에 놓인 여행용 가방을 뒤지다가 여자장갑이 나오자 장갑을 끼고 서랍을 열었다. 서랍 속에서 정씨의 시계·반지·귀걸이 등을 찾아내고 죽은 허씨의 왼쪽손가락에서 금반지를 뽑았다.

<도피>피 묻은 옷은 버리고 죽은 허 대위 옷 입어
서군은 입고 있던 회색바지가랑이와 푸른색 「T샤쓰」·양말 등에 피가 너무 많이 묻어 있는 것을 보고 벽에 걸린 허 대위의 옷과 양말을 바꿔 신었다. 서군은 피묻은 옷가지를 뭉쳐 담 밖 화물취급소 뒷마당으로 던져버리고 다시 화장실 대변기에 피묻은 수건을 버린 다음 칼은 변소 물「탱크」속에 버렸다.
상오 6시쯤 자기 방으로 돌아온 서군은 다시 1층으로 내려가 숙박비 1천1백원을 지불한 뒤 여관을 빠져나가 화물취급소마당에 던졌던 피묻은 옷보따리를 찾아내 여관 옆 폐차장 고물더미에 숨겼다. 「택시」편으로 부산여자초급대학 옆 골목에서 내린 그는 피묻은 장갑과 안대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전에 일했던 서울중공업 부산대리점에 잠시 들른 뒤 상오 8시30분 집으로 돌아갔다.
서군은 이날 낮11시쯤 동래 미화당 시계포에 찾아가 허 대위의 「에니카」팔목시계와 현금6천원을 주고 「세이꼬」팔목시계와 바꾸었다.
그는 다시 집에 돌아가 허대위의 신분증과 주민등록증을 가위로 잘라 쓰레기통에 버리고 아무말없이 집을 나갔다.
서군은 이날 하오 4시30분 「그레이하운드」 고속「버스」편으로 상경, 밤10시30분 서울역 앞 무허가여인숙에서 하룻밤 잤다. 그는 28일 낮12시쯤 종형 서광익씨(32·서대문구 연희A지구「아파트」403호) 집에 들러 『놀러왔다』면서 이틀동안 보낸 후 30일 밤 삼화 여인숙에 투숙했다.

<검거>창녀한테 반지선물 주인이 경찰에 신고
30일 하오5시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286 삼화여인숙 (주인 조세운·36) 에 투숙한 서군은 창녀 홍모양 (21) 을 불러 하룻밤을 잔 뒤 이튿날 하오5시쯤 숙박비로 「루비·스타」반지를 내고 동침했던 홍양에게는 여자용「오리엔트」팔목시계를 화대 조로 주었다.
서군을 수상히 여긴 주인 조씨가 경찰에 신고한 것은 하오 6시쯤. 서대문경찰서 330수사대 백남계 경위 등 3명의 경찰관에 연행된 서군은 처음엔 반지와 시계는 대구시 동촌비행장 근처에서 훔친 것이라고 진술, 일단 특수절도혐의로 입건 끝에 범행을 자백했다.

<범행동기>부친이 사업에 실패 장사밑천 마련 위해
서군은 가난한 집안살림을 돕기 위해 장사밑천을 마련하려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서 말했다. 서군은 5남매 중 세째로 형 1명, 누나 1명, 남동생 2명이 있다.
서군은 아버지공장의 일을 돕다가 4월11일부터 17일까지 「뉴·서울」여관의 비상계단 손잡이 용접공사에 따라가 일을 했다.
서군은 여관의 규모가 크고 돈이 많은 듯한 잘 차려입은 남녀들이 여관에 드나드는 것을 보고 범행하기로 결심했다는 것.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