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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말 관료의 출신 성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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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4면

한말 관료의 출신 성분을 이들의 이력서와 족보를 통한 문헌 조사로 밝혀 보기 위해 김 교수는 규장각 도서에 있는 35권의 이력서에 나타난 3천 2백 8명을 조사했다.
서울의 관료가 중심이 된 한말 관료를 조사한 결과 판임관이 51%, 무관 14%, 기타 13%, 진임관 10%, 문관 8% 등인데 이들의 87·4%는 과거를 통하지 않고 충원되었다. 과거 합격자도 무과가 5·1%, 문과가 3·8%, 소과가 3·7%로 갑오경장 이전의 관료 86·4%가 문과 출신이었음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물론 한말 관료들은 45%가 근대적 교육을 받았으며 이들도 집이나 서당에서 한문 교육을 이수한 자들이었다. 근대 교육은 무관 학교 10%와 유학·외국어 학교 각각 7·5% 외에는 견습소·강습소·사범학교·법관 양성소·중학 등에서 이루어진 것. 이들도 상급 관료는 전통 교육과 해외 유학이 많았다.
한말 관료의 출신 지방은 서울이 63%로 가장 많고 다음이 8%의 평안도와 6%의 경기도이며 그 밖에는 극히 적었다.
교수는 이를 『보수적·전통적 영남 출신이 과거엔 많았던데 비해 한말엔 외래 근대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서울·평안도의 진출 현상』으로 분석했다. 이는 1908년의 재일 유학생이 서울·경기·평안도인이 태반이었던 것으로도 실명된다.
한말 관료는 출신 가정으로 과거 보다 신분 배경이 낮았다. 또 씨족 면에선 전주 이씨, 반남 박씨, 김해 김씨, 경주 김씨, 밀양 박씨, 평산 신씨, 해주 오씨, 안동 김씨, 남양 홍씨, 경주 이씨, 소주 한씨가 두드러 지는데 여기서 몇 개 씨족을 제외하면 명문의 몰락과, 신흥 명문의 등장을 읽을 수 있다. 한말 관료는 갑오 개혁 이전의 관료와 성분상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과거제의 소멸에 따른 근대 문화와의 민감한 적응자가 새로운 지배층으로 나타남을 보여주는 것.
한말엔 사회계층의 역계층화 현상이 일어난 시기이기 때문에 새로운 계층의 진출이 노출화 됐으며 이 변동은 갑오개혁이 합법화·제도화 시켜 준 결과를 초래했고 이것은 한말 개화 세력의 강력한 정치적·사회적 성장을 뜻한다 고 해석되었다.
수구·보수 세력과는 신분 배경에 있어서 크게 다른 진보 개화 세력이 한말에 크게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사회적인 중간계층이 새로운 문화·교육에 재빨리 적용 한데서 찾을 수 있으며 이런 시류에의 적응성이 이들로 하여금 지배층으로서 일본과 영합해 한국의 식민지화를 촉진하는 역할도 할 수 있는 구실을 하게 한 것이란 설명이다.
앞으로 정신사적 의미도 다시 검토 돼야 겠지만 개화 세력의 신분 구성적 연구는 사회학적 접근으로서 관심을 모았다.

<김영모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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