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라크」 암살단은 정부 직속 기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이라크」정부가 공인한 대규모 암살단이 최근 「카이로」에서 적발돼, 이들의 검은손이 지구 곳곳에 뻗쳐 있음이 밝혀져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지난 2월26일 새벽 「카이로」시내, 한때 「이라크」공군 대령이었으나 현재 이곳에 망명 중인 「카델·와그지」씨 집에 3명의 방문객이 찾아왔다.
『「나세르」주의 청년 운동』의 「멤버」를 자칭한 이들은 활동 자금을 요구했다.
과거 구 「나세르」파의 한사람으로서 65년과 66년 두 번에 걸쳐 반정부 「쿠데타」를 시도, 실패한 후 이곳에 망명 중인 「와그지」씨는 반가운 마음으로 그들과 얘기를 나누게 됐다.
이때 그의 망명 동지인 「압둘·하미드」 전 「이라크」 내상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3명의 청년이 당신과 「압둘·라자크」씨 (전「이라크」 수상)의 생명을 노리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것이었다.
『벌써 그들이 와 있다』고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전화를 끊은 「와그지」씨에게 방문객의 한사람이 권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와그지」씨는 사망했고 이들 방문객 3명을 포함한 19명의 암살 단원이 「카이로」경찰에 체포됐다.
그간의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암살단은 「이라크」 정부 직속 기관으로서 각각 29명으로 구성된 8개조로 나누어져 있다고 한다. 「이라크」 여당인 「바트」당과의 권력투쟁에 패배, 반정부 「쿠데타」에 실패한 후 「카이로」에 망명 중인 「이라크」인 88명을「소멸」시키는 것이 이들의 목표.
이들은 「이라크」 정보 기관에서 암살 기술 등 특수 훈련을 받은 후, 학생·회사원 등을 가장한 위조 여권을 사용, 목적지에 잠입한다. 무기는 「카이로」 주재「이라크」 대사관의 공용 우편물을 통해 반입돼 암살단원에게 배부된다. 「카이로」경찰이 이 대사관을 포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사관은 지난 12일에도 그동안 은닉해 뒀던 암살단원 2명을 「이집트」측에 인도한바 있다.
경찰 조사에서 밝혀진 또 하나의 사실은 이 암살단은 「카이로」 임무가 끝나면 위조 「이집트」 여권을 이용, 「테헤란」에 집결하여 새로운 「작전」에 착수할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이들의 암약 무대는 광범하다. 지난해에는 「쿠에이트」 영국 「레바논」 등에서 저명한 「이라크」 망명객이 여러 명 살해됐다.
최근 「수단」 당국도 『「이라크」인에 의한 「누메이리」 대통령 암살 계획을 적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가을 「리비아」의 「카다피」 수상 암살 미수 사건도 「이라크」인의 소행이라는 설이 강하다. <헤럴드·트리분 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