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국민투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퐁피두」 「프랑스」 대통령은 23일 실시한 구공시(EEC)확대에 관한 국민투표에서 유권자의 약46%가 기권하는 가운데 2대1 비율의 찬성을 얻어 영국을 포함한 EEC 회원국 확대에 일단 국민의 신임을 받았다.
고 「드골」 대통령이 국민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두 번에 걸쳐서 영국의 가입 신청을 거부 한데 반해, 「퐁피두」대통령은 영국의 EEC 가입 원칙을 기정사실로 만들어 놓고서 가입 조약에 조인까지 하고 난 후에야 국민투표를 실시 한데 대해서는 비간의 소리가 전혀 없진 않았다. 「퐁피두」대통령은 EEC 확대를 국민 투표에 묻기로 한 공식적인 이유로서, 또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에서 「프랑스」는 영국을 포함한 딴 구주 국가들과 단합하지 않고서는 현 세계에서 「프랑스」의 역할을 보존하고 증대시킬 수 없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그의 이번 국민투표 실시는 EEC 문제에 관한 국민의 수임을 받는 것 이상으로 국내외적 정치 목적이 있었던 것을 간과할 수 없다. 그는 압도적 다수의 찬성표를 얻어 대내적으로 우선 EEC 확대 안에 찬반으로 의견이 갈라진 공산당과 사회당 등 좌파 세력을 분열시키고, EEC 확대라는 구주 단합으로의 전진에 비 여당계 군소 정당들의 찬성을 얻어 그 여세로 명춘으로 예정된 총선거에 임하려 한 것이 분명하다.
또 국민으로부터의 강력한 신임은 금추 10월로 예정된 확대 EEC 10개국 정상 회담에서 앞으로의 EEC가 발전하기 위한 용도를 펴는데 있어, 「이니셔티브」를 잡으려 한 것도 그의 정치 계산에 들어 있었다. 그 자신도 이점에 관해선 부분적으로 시인, 「프랑스」 국민의 강력한 적성 표는 10개 EEC에서 『나 자신과 「프랑스」의 권위를 증대』시켜 주게 될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유효표에서 68%가 찬성했지만 31·6%의 반대표가 나온데 대해 EEC 확대에 반대해 온 공산당은 자당의 승리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EEC 확대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나 기권을 종용한 사회당은 46%가까운 유권자들이 기권한 것은 당의 승리라고 풀이하고 있다. 「드골」 대통령이 지방 자치 문제와 상원 개편 문제를 가지고 국민투표를 실시, 패배의 고배를 마시고 임기를 마치지 못한 채 스스로 퇴임했던 사실도 있었던 만큼 「퐁피두」 대통령이 여러 가지 정치적 계산의 산물로 국민투표를 실시하긴 했지만 일단 신임을 얻어 정치 위기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라 하겠으며 그의 수임이 앞으로 확대 EEC의 전도를 「리드」하는데 건설적인 「이니셔티브」로 활용되기를 우리 역시 바랄 뿐이다.
한편 영국에서도 EEC 가입 문제를 싸고 여야당 내에 심각한 분열이 노출되고 있다. 그래서 EEC가입에 반대하는 일부 보수당 의원들은 국민 투표 실시로 판가름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야당인 노동당은 공식 기구에서 이에 찬성키로 한데 반발, 「로이·젱킨즈」등 재야 내각 각료급 8명이 「각료직」을 사임하는 등 큰 파문을 야기시키고 있다. 노동당의 부당수로 있던 「젱킨즈」 의원은 국민 투표란 『「데마고그」와 독재자들의 더할 나위 없는 좋은 무기에 불과하다』고 당의 공식 결의에 반대하고 사임했다. 그는 자기에게 이로운 때의 방편으로서만 국민 투표를 실시하는데 반대하는 원칙을 고수하는 용기를 보였으며 영국의 EEC가입에 따른 입법 과정에서 적지 않은 혼란이 빚어질 것도 예상되고 있다.
이번 「프랑스」의 국민투표에서 「퐁피두」대통령은 예상했던 것보다는 적은 찬성표를 얻고 예상외로 기권자가 많았지만 물가고·경제 성장의 둔화·노사 쟁의의 반발 등으로 거세게 일기 시작한 야당의 공세에 어느 정도의 방패는 마련됐다고 볼 수 있으며 또 EEC확대에 대한 신임은 일단 받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