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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있어서의 교양 교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국의 종합대학들은 대부분 교양 학부를 별도로 두고 1∼2년간의 일반 교양 교육을 실시한다. 입학 한 학과에 관계없이 실시하는 교양 교육은 국민 윤리·국어·철학 개론·문화사·자연과학 개론·체육·교련·외국어를 필수로 하여 인문·사회·자연과학의 각 계열에 속하는 과목을 균형 있게 선택하여 전체 학점(1백60학점)의 30%가되게 하도록 교육법 시행령에 규정하고 있다.
대학 교육에 있어서 교양 과목이 차지하는 총 시간 수는 전체의 약 3분의1로 전공·전문 직업 교육 등과 함께 매우 중요한 위치를 갖는다. 결국 교양 교육의 부실은 대학 교육의 낭비로 볼 수 있다. 그런데 2, 3년 전부터 해마다 교양 학부생에게 과하는 유급 제도는 한국의 대학이 요구하는 교양 교육의 수준과 대학에 갓 들어온 교양 과정 대학생의 교양 과목에 대한 가치 사이에 갈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서 교양 교육에 대한 공통된 가치나 방향의 정립이 우리 나라 대학 교육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 교육의 새로운 모험』을 주제로 영남대 미국 연구소(소장 장기동)가 마련한 「세미나」(17일과 18일·대구 수성 「호텔」)는 이러한 대학에서의 교양 교육 문제를 분과 의제로 놓고 박봉목 교수(계명대)의 주제 발표와 신도성(영남대) 정범모(서울대 사대) 김학수(경북대) 이인기(숙대 총장) 이홍구(서울대 문리대) 「로버트·켈러」(문교부 고문관)씨 등이 참석, 토론을 벌였다. 주제 발표에서 박 교수는 교양 교육을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공통적인 교육 과정을 통해, 인간과 환경의 성격에 대한 충분한 통찰력을 길러 통합된 경험과 성숙한 인격 발전을 위한 넓은 기회를 주며, 개인의 지성과 판단력과 가치 선택의 힘을 키워주는 자유 시민으로서의 기본적 교육』이라고 전재하고 막연하게 일반화된 교육 내용이 교양 교육이란 그릇된 인식은 문화 지체의 요인이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한국 대학들이 시행하고 있는 교양 교육은 기준 학점인 48학점을 대부분 넘고 있는데 문제는 교육과정 전체의 심한 불균형이다. 외국어에 바치는 시간은 지나치게 많다. 박 교수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연세대의 경우 영어 12학점, 제2외국어 6학점, 한국 외국어대는 제2외국어를 16학점 이상, 서울대는 12학점의 외국어를, 영남대는 14학점, 서강대 14학점 등의 외국어를 과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그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근본적인 방법상의 개선을 요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교양과목의 내용에 관한 많은 문제가 지적되었다.
우선 국민의 정신적 자각을 위한 국민 윤리나 교수의 필수화 문제다. 이러한 과목보다는 예를 들면 「한국의 문화와 역사」같은 과목이 더욱 필요하며 우리 문화의 깊은 이해가 국민 윤리나 교련 또는 현재의 피상적 문화사를 통해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박 교수의 주장이다. 또한 자연과학 개론이나 문화사는 매우 포괄적이고 막연해서 접근하는 방식에 곤란을 느낀다. 경북대는 물리·화학·생물을 각기 다른 교수가 분담하고 있으며, 서울대는 문과와 이과가 각기 다른 세분된 과목을 선택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내용을 통해 과학적 사고에 대한 통합 성과 세계관을 얻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그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양 과목 중 인문 과학계의 문학과 음악·미술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덕성 여대가 음악·미술 감상을, 계명대가 문학·음악·미술 중 선택 3학점, 서울대가 선택 과목으로 3학점을 설정하고 있는 외에 대부분이 이러한 과목을 무시하고 있다.
한편 교수들은 교양 학부 소속을 일반적으로 꺼리는 현실이다. 대학에 따라서는 전공상 소속이 모호한 사람들을 배당하는 폐단도 있다.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의 문을 들어선 젊은이들의 부푼 기대에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서도 특별히 우수한 교수의 배치는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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