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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전국신도회 「불교백서」를 채택 "평신도에 종단 참여권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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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한불교조계종 전국신도회는 15일 제12회 전국대의원 대회에서 신도회측에서도 종단에 직접 참여하고 승려가 되는 자격과 수련을 엄격히 규제하는 등 「불교유신근대화운동」을 펴기 위한 불교백서를 채택했다.
포교와 교육제도의 체계화 및 기본재산의 효과적 활용에 관하여 중점적으로 논의한 이번 평신도들의 대의원 대회는 백서를 통하여 『현재의 사찰과 같은 일정한 장소와 축제일과 같은 한정된 시간을 중심한 불교활동이 의식과 형식에 치우쳐 현대인의 삶의 자세에 변화를 못 주고 조직사회의 직능별 「그룹」 특성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 앞으로의 불교활동은 설교와 의식에 염증을 느낀 현대인에게 참여의식을 주고 신도간의 친교와 사회적 봉사활동을 하게 하는 한편 특히 사회복지 사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것은 종래 사찰의 교조적 교리주의와 성직자본위의 형식적 의식주의에 대한 비판이다. 백서는 종래의 포교태도를 폐쇄적 퇴영적이라 규정, 수도하며 일하는 종단을 만들기 위하여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불교운동을 벌여야겠다고 다짐한다.
백서는 따라서 교단혁신을 위해 ①승려의 자질향상을 위한 교육을 강화하고 ②사회교육과 불전교육을 병행하며 ③법복을 바꿔 시대감각과 법계에 알맞게 하고 ④첫 출가인은 모범적인 가정출신만 받되 절에서 아무나 마구 수용해선 안된다는 등 오늘의 폐단을 척결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또한 종단의 당면과제로서 ⑤병원·원예·특수림 등을 통해 경제체제를 세울 것을 건의하고 ⑥교법진흥의 재정토대를 닦기 위해 「불교관광개발공사」의 설립과 ⑦현실적 교화활동을 위해 홍보「센터」 설치도 아울러 제기했다. 이런 주장 아래 이번 전국신도회가 중앙포교사를 처음 임명한 것을 의미가 큰 것이다.
그것은 승려들의 소극적인 포교활동에 대한 강력한 도전인 동시에 평신도가 종단에 적극 참여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므로 종단자체에는 획기적 전환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임명된 포교사는 김한천·박희선·이종익·이불화·홍정식·박중관제씨. 이어 지방포교사도 임명해 전국규모의 포교활동을 전개하게 된다. 한편으로 신도들에게 지금까지 거의 없었던 새로운 교육과정이 마련될 움직임도 있다.
즉 신도교육원을 통한 신앙수련 조직훈련이 의도될뿐 아니라 승려들의 「법계」에 해당하는 신도 「교계」도 마련될 것으로 내다보인다. 신도도 엄격한 입산절차를 밟고 계를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신도회의 이같은 결의는 재가종단이 출가종단(승려)에 대해 자기들의 위치와 의무·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종단 내에서 동등한 교권을 내세운 점은 종래 볼 수 없었던 대개혁의 시도인데 과연 승려로만 구성된 중앙종회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
부처님의 때로부터 4부 대중으로 구성되었던 불교종단이 일제하와 정화시대를 거치면서 출가종단 위주의 형태를 취하게 되었던 점에 평신도들은 큰 불만을 가져왔었다.
교화사업에 있어서 신도들이 「이니셔티브」를 취하면서 종단운영에 동참할 것을 주장하게 된 상황에서 과연 출가승들이 어떻게 종단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벌일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공종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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