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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사」전국시대…신민당 권 경주|5월 전당대회 앞둔 각파의 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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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민당의 당권은 누구에게 가게될까. 당내파벌은 6개 부대라고 한다. 김홍일 당수의「왕당파」「유진산 계」고흥문·김영삼「라인」으로 불리는「김영삼 계」「양일동 계」「이철승 계」그리고「김대중 계」다. 이 6개 파벌은 당권경주에 나서 5월 전당대회의 서전인 3월의 지구당 개편대회에선 전례 없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러면서도 어느 파도 당권의 방향에 대해선 대답을 갖고 있지 못하다.
이는 현 김홍일 체제가 기반을 상실했고 그렇다고 다른 중추세력도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6개 부대의 그 어느 것도 독자적으로는 과반수란 안정세력 선에 미달해 있고 그 때문에 파벌의 연합이 방향을 결정할 것이지만 연합의 흐름조차 지금으로 선 종잡을 수가 없다는 얘기다.

<해산 밀수도 안 밀수도…>
5월로 가는 길목에서 태풍의 씨는 유진산 계다. 유진산씨는 당수문제에 대해『당이 나를 원한다면…』라고 덤덤히 말한다. 그러나 사실에 있어 유씨 자신이나 그 직계 세력은 타의로 내놓아야 했던 당수자리에 되돌아가야겠다는 집념에 사로 잡혀있다.『대수롭잖은 일을 구실로 젊은 사람이 일으킨 파동 때문에 70평생을 쌓아올린 탑을 허물어뜨린 채 이대로 사라질 수는 없다.』집념은 이렇게 출발해서『그래도 전통 있는 보수야당에 질서를 바로 잡고 이 어려운 시기를 뚫고 가는 기량은 내가 으뜸』이라는 것이 진 산의 변이다.
진산 계라면 지금은 대의원 20%선이다. 그러나 김영삼 계나 양일동계가 모두 진산 계라는 뿌리에서 갈라져나간 가지(지)라는 주장이다. 특히 김영삼 계는 당권보다는 74년의 대통령후보 지명전에 목표를 두고 있는 만큼 진산 부대를 등질 수 없고 당수문제에선 싫든 좋든 진 산을 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진산 계가 요즘 자기세력을 말할 때 김영삼 계와 합쳐 과반수 선을 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바로 이런 정치적 계산에서다.
그러나 진산 에 겐 대의원의 숫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진 산이 당수에 나설 때 김대중씨의 거센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다.
5·6파동 때와 비슷한 바람이 휘몰아칠 때 세 논은 어디로 쏠릴까. 김대중씨 쪽은 이세논어 김영삼씨 계도 포함해서 당내 다른 파벌의 진산 지원에「브레이크」가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계산하고 있다. 진산 계의 걱정은 바로 이런 바람에 쓸려있는 듯 하다.
김영삼씨가 지명전 후 고흥문씨의 후원을 받아 구축하기 시작한 조직은 74년의 지명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수문제에선 어느 길이 74년을 위해 유리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한다.
김영삼씨 조직은 대의원 30%선을 넘어선다는 얘기다. 그러나 구성원의 상당수가 진산 계와 겹쳐있다. 생각대로 한다면 고씨나 또는 김씨 자신이 당수로 나서고 싶지만 진산 계에 대한 설득이 어렵다. 도리어 진산 계와 양일동씨 계가 기선을 제해 대통령후보지명전에 대비하기 위해선 옛 민주당구파를 단합시켜야하고 그러자면 지금은 나를 밀어야 한다고 교섭해 오고있다.
김영삼씨로선 진산 부대를 등지기가 어렵다. 당내조직이란 면에서 실리를 따르자면 진 산을 당수로 미는 것 일수도 있다. 그러나 진 산을 밀 때 조직 면에서 얻는 것보다 더 많은 중요한 것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짙게 깔려 있다.
그렇다고 양일동씨에 가세하러해도 자체 안 행동통일이 쉽지 않고 진 산의 후퇴가 전제되지 않는 한 양씨의 승산은 불확실하다. 이 때문에 요즘엔 고-김씨 중 한사람의 당권도전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 같다.

<"나와 합쳐야「후보」지름길"
양일동씨는 지난해 전당대회이래 당권을 목표로. 진산 계와 헤어졌다. 양씨는『단 한 표가 나와도…』라는 고집스런 자세다.『우리당의 세 사람 중 누구든 대통령후보로 가는 지름길은 나와 제휴하는 것이다.』양씨는 이렇게 말한다.
1차 적으로는 김영삼씨와의 제휴를 희망한다. 그러나 이것이 안되면 김대중씨 쪽과도 연합하고 싶다는 것이 양씨다. 양씨의 세력은 그가 설정하는 방향이나 당권경쟁양상에 따라 그 폭이 유동적이지만 유진산씨가 당수도전에 나선 때면 순수한 양씨 세력은 9%선으로 좁아든다. 비록 독자노선을 택했지만 진 산이「롤백」을 시도한다는 것은 그에겐 치명적인 장애다. 또 그의 조직이 크지 않기 때문에 그에게 당수자리를 주는 제휴를 어느 파도 선뜻 바라지 않는 것이 이 세력의 고민이다.

<"빚준 것 돌려 받고 싶다">
이철승씨는 옛 민주당 구파가 중심이 된 범 주류와 연합해 왔지만 그의 조직은 옛 민주당 신 파다.
그러면서도 이런 길을 걷게 된 것은 신 파의 첫 자리를 또 호남야당의 제1주자 자리를 김대중씨에게 뺏긴 때문에서였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기어이 당수에 도전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자 파 세력은 요즘 들어 비주류잠식의 가능성이 커져가긴 해도 아직은 7%선을 약간 상회할 정도다.
이철승 계 사람들은 이젠 빚준 것을 되돌려 받을 때도 됐지 않느냐고 말한다. 이것은 지난날 지명대회에서 김대중씨를 후보로 밀어 올려줄 때『앞으론 소 석 중심의 당을 만드는데 협조하겠다』고 했던 김대중씨의 각서가 이행되고 진산 파동 때 진 산을 앞장서 도왔던데 대한 진산 계의 보답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실은 다른 상황으로 가고 있어 이렇다할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비주류는 김대중씨 중심의 통합을 이룩했다는 강점이 있다. 민주당 신 파였던 홍익표·정일형 씨가 소극적이긴 해도 몸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대회에서 범 주류에 2차 투표로까지 맞설 수 있었던 세력에선 많이 줄어들었다.
원래 조직이 지구당 위원장 중심이 아니었기 때문에 많은 대의원을 잃어 현재로선 26%선이 실세. 그 위에 다른 파벌로부터의 견제까지 겹쳐 있다.
비주류 사람 중에선 김대중씨가 두 번째 당권 도전마저 실패하면 후보의 길은 물론 비주류의 명맥마저 문제가 있다는 신중론이 있다.
그래서 신중론 자들은 김홍일씨를 안아들이는 것도 포함해서 주류 쪽을 분산시킬 수 있는 대타자를 내자는 구장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한 가닥 낙관이 있다. 이것은 유진산씨가 당수「롤백」을 시도한다면 김대중씨는 유씨에 대결해서 방패간에 밑질 것이 없는 싸움을 할 유씨가 당수로 나올 때 투쟁의 목표가 뚜렷해지고 그 투쟁을 통해 당 내외에 지지기반을 늘릴 수 있고 최악의 경우엔 새로운 길로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가슴 풀고 새 진로 의논할 때>
김홍일 당수는 유진산·김영삼·이철승 3파의 연합 위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당수가 된 후 요직구성에서 김재광 총무, 김형일 사무총장으로 이른바 주당 파를 이루어 기반이던 파벌연합을 등졌다.
왕당파는 10%선의 미미한 실력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 위에 당 운영이나 국회전략이 야당부재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따르고 있다.
김홍일씨는 야당 가의 외 내 파로 파벌 색이 없다는 것이 당권을 쥐게된 소지다. 따라서 그는 이런 소지를 키워야 당권유지가 가능하다. 이제 왕당파를 이룬 그로선 스스로 소지를 마련할 수가 없다.
다만 주류 각파가 진 산을 밀수 없게 될 때 그래서 진산 계도 포함된 어떤 연합세력이 제3의 당수 감을 필요로 할 때나, 또는 비주류 쪽의 능동적인 제휴교섭을 기다려 볼 수밖에 없는 것이 왕당파의 입장인 것 같다.
파벌의 입장이 어떻든 그들 모두는 신민당은 지난해 총선거이래 방향제시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많은 의석을 확보하고도 좌절의 연속이었다고 말한다. 그런 반성이라면 이제라도「보수」할 것 없는 보수성을 벗고 동료 속의「리더」를 발굴하는데 인색하지 맡아야 할 것 같다.
파벌들은 선의의 경쟁이란 참뜻을 익혀야하고 적어도 대여자세에선 가슴을 풀어놓고 말을 해야 할 시기다.
누가 당수가 되어야 하느냐에 앞서 75년의 구도 위에서 정치의 방향을 찾고 그 방향 위에서 당수를 내고 당수 또는 지도「그룹」을 구심점으로 한 축의 형성을 5월의 과제로 해야하지 않을까. <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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