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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연 2688억 비용 증가" … 정부 "아직 원가 못 미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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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현재 산업용 전기의 원가 회수율은 90% 중반 수준이고 이번에 인상을 해도 원전 안정성 강화와 송전선로 건설 등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여전히 원가에 못 미친다.”

 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19일 전기요금 인상을 발표하며 매년 여름·겨울에 되풀이되는 전력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예상을 웃도는 인상안을 들고 나온 것은 전기 소비가 지나치게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기 소비는 2008년 이후 19% 이상 늘었다. 다른 에너지원과 비교해 값이 싸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2005~2012년 국내 전기 값은 33% 오른 반면 등유는 60% 올랐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전기 소비가 40% 늘어난 데 비해 등유는 오히려 44% 줄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전기 값을 올리고 등유나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가격을 낮추는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부가 거듭된 수요예측 실패와 원전 비리로 인한 가동 중단 사태로 전력난을 초래해 놓고 전력 소비자인 국민에게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산업용을 6.4%로 가장 많이 올려 산업계에서는 경쟁력 저하와 경영난 가중 등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전체 전력 소비량의 10%를 차지하는 철강업계는 “이번 인상으로 내년 포스코 500억원 등 2688억원의 비용 증가로 이어져 부담이 크다”고 주장했다. 석유화학 업계도 울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률이 3%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이 정도로 급속하게 전기요금을 올리면 공정 개선 등으로 충격을 흡수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자산 100억원 이상인 1만 개 제조업체의 영업이익이 1조4000억원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기업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은 더 강력하게 반발했다. 한 반도체 장비업체 임원은 “업종 특성상 전기 사용이 많은데 2011년 이후 다섯 차례나 요금을 올려 부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 제조업체 대표는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라더니 최저임금도 올리고 공휴일도 늘리고, 전기요금까지 인상하는 등 중기를 어렵게 만드는 정책만 내놓는다”고 비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김기훈 부장은 “특히 산업 생태계의 뿌리를 이루는 영세 중소기업들은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에 누진제 개편안이 빠진 채 요금만 올려 가계의 부담도 늘어나는 부분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가장 요금이 비싼 누진 6단계는 단가가 1단계의 11.7배에 달한다. 한 차관은 “다음 달 한전에서 안을 내면 국회 산업위 포럼에서 토론을 거쳐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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