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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냉동 경제는 해동 … 중국, 대일관계 양면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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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중국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과 관련, 일본과 1년 넘게 냉전을 지속하면서도 경제 분야에서는 해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정치는 긴장관계를 유지하더라도 경제 채널은 열어 손해 보는 일은 최소화하고자 함이다. 이른바 ‘정랭경열(政冷經熱)’로 표현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실사구시 전략이다.

 조 후지오(張富士夫) 도요타자동차 명예회장이 이끄는 일본 주요기업 경영진 178명은 18일부터 일주일간 중국 방문에 들어갔다. 지난 9월 일본의 센카쿠 국유화 조치로 시작된 중·일 간 영토분쟁 이후 일본 기업인 대표단이 중국을 방문하기는 처음이다. 방문단에는 전일본항공과 신일본제철 경영인들이 포함돼 있다.

 물론 이들 기업대표단이 시 주석이나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면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홍콩 일간 밍바오(明報)는 일본 측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본 기업대표단은 상무부 등의 장관급 인사들과 중국 기업인들을 만나 양국 투자와 무역 활성화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산시(山西)성을 방문해 일본 기업의 중국 서부 대개발 프로젝트 참여 여부를 타진할 방침이다.

 시 주석도 지난달 당내 한 외교좌담회에 참석해 “앞으로 대일관계는 경제를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 외교부도 영토분쟁과 경제교류를 분리해 논평하고 있다.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양국 각계의 우호적인 인사들이 중·일 관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중·일 긴장관계가 계속되면서 양측 경제적 손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일본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 숫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9% 줄었다. 또 1~9월 일본의 대중 투자는 지난해에 비해 36.6%나 줄었다. 지난해 4분기 일본의 대중 수출 역시 5.5% 줄었다. 영국의 BBC 방송은 18일 “중국이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 자국의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고도의 실용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정치적 화해를 위한 양보는 불가하다는 것이 중국의 입장이다. 친 대변인은 “기업인 방문을 통해 일본 각계가 중국의 입장과 주장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도 “중국 정부와 인민의 영토주권 수호 의지는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최근 동남아시아를 방문해 ‘해양 갈등 문제는 국제법에 근거해 해결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한 논평이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도 18일 군사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중국 TU-154 정보수집기가 16∼17일 댜오위다오 부근 상공을 비행한 것은 합법적이라고 보도했다. 방송은 또 일본이 정보수집기 비행과 센카쿠를 연결하는 것은 이 지역의 긴장 분위기를 과장해 군비 확장을 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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