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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형식|오규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4월의 밤도 밤이 아니다.
밤의 형식이다.
대낮의 아지랑이에 가려
보이지 않는 슬픈 자의 눈물을 봄
비로 뿌려
슬픔이 없는 자의 눈에도 보이게
한다.
신록의 빚 속에 빛을 잃은
슬픈 자의 그림자를 어둠으로 묶어
밤이 없는 자의 공간을
어둠의 형식으로
그 형식으로 밤을 만든다.
형식은 가끔 형식 이상으로
우리의 눈을 희롱하고
희롱으로 끝나지 않을 때
형식은 4월의 밤보다
인간의 밤으로 인간의 발을 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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