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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이슈」…근대문학의 기점논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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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 문단에서의 해묵은 순수·참여논쟁이 71년에 이르러 「리얼리즘」논쟁, 농촌문학논쟁으로 논쟁의 형태를 변화시키더니 작년 말 제기된「우리 나라 근대문학의 기점」문제가 문단에 새로운 「이슈」로 「클로스업」되고있다.
이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작년 10월 대학신문에서였다. 당시 대학신문은 「한국근대문학의 기점」이란 특집을 마련, 김용직씨의 「근대문학기점의 문젯점」과 염무웅씨의 「근대문학의 의미」등 두 기고를 게재하는 한편 김윤식씨 사회로 정병욱 정한모 김현 김주연씨 등 국문학자와 평론가의 좌담을 마련했다.
대학신문의 이 특집기사가 문단의 주목을 끌게된 것은 기고필자와 좌담참석자 모두가 <근대문학은 이인직의『혈의누』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로부터 출발한다>는 이제까지의 근대문학사에 대한 통념을 뒤엎었기 때문이었다.
이들간에도 다소의 견해차이는 있었으나 근대문학의 기점에 이의를 내세운 이들의 주장이 옳은 것이라면 우리 근대문학사는 마땅히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때부터 우리 근대문학이 서서히 재점검되는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대한 첫 반응으로 볼 수 있는 김주연씨의 「문학사와 문학비평」(「문학과 지성」71년 겨울호) 「역사비판론과 시민문학론」(「지성」12월호)으로부터 시작된 근대문학의 재점검은 김윤식씨의 「30년대 한국소설론의 양태」(「문학과 지성」3월호) 김현씨의 「식민지시대의 문학」(「문학과 지성」3월호) 염무웅씨의 「민족문학, 이 어둠 속의 행진」(「월간중앙」3월호)등으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대체로 이제까지의 문학논쟁이 깊이 들어가면 깊이 들어갈수록 견해의 폭이 넓어지는 경향을 보였듯 「근대문학의 기점」 시비도 같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당초 이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김용직씨가 『한국근대문학사를 20세기초에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는 개념은 협소한 것』이라고 지적, 『주체적 입장에서 문학외적여건과 연결시킬 경우 사설시조·판소리·가면극이 시작된 영·정시대로 거슬러 올라감이 타당하다』고 밝혔고 김윤식 정병욱 정한모 김현 김주연씨 등 좌담회 참석자들이 이러한 김씨의 견해에 동조하는 견해를 보인 반면 염무웅씨는 『식민지문학사관의 탈피가 절실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선진문명으로부터 그 개념과 형태를 전달받을 수는 있지만 거기에 민족의 생활과 정신이 올바로 담겨져 있지 않다면 그것은 아직 우리 것이라 할 수 없다』고 말하여 근대문학의 기점을 영·정조시대로 거슬러 올리는데 다소의 이견을 나타냈다.
한편 김주연씨는 뒤에 발표한 「문학사와 문학비평」에서 『문학사논의가 근대기점을 어떻게 잡느냐는 시대 구분론을 통해 제기된다면 그것이 이인직이든 김만중이든 누구도 문제가 아니다』고 말하면서 문학사의 시대구분 더우기 근대문학의 기점을 말한다는 것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으며 헛된 수고가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김윤식 김현 공동집필인 「영·정조에서 4·19에 이르는 한국문학사」는 『신문학사의 대상은 근대문학이다.
무엇이 조선의 근대문학이냐 하면 물론 근대정신을 내용으로 하고 서구문학의 「장르」를 형식으로 한 조선의 문학이다』라는 임모의 말을 인용하면서 『근대정신을 소위 개화기 이후로 잡는다면 고대문학과의 연결점은 객관적으로 단절된다』고 단정했다.
이에 따라 「근대문학의 기점」 문제에서 파생되는 문제는 시대구분, 우리문학의 서구지향성, 전통의 단절 등 여럿이다. 그러나 이미 언급된 평론가들 외에 다른 평론가들은 이 문제에 대해 적어도 아직까지는 적극적인 의사를 내세우지 않고 있다.
다만 뚜렷한 현상은 거의 모든 평론가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가지 「이슈」에 거의 모든 평론가들이 관심을 갖고있다는 사실은 이 문제에 대한 갖가지 의견의 개진을 예견케 하는 것이며 이것이 곧 이 문제에 대한 치열한 논쟁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를 뒷받침이나 하듯 문학사 내지 문학과 관계되는 역사에 관한 글들이 서적으로 혹은 정기간행물을 통해 속속 발표되고있다.
이철범씨의 『한국신문학대계』 신동욱씨의 『한국현대문학론』 장덕순 조동일 서대석 조희웅 공저의 『구비문학 개세』등이 대체로 이 범주에 드는 저서로 볼 수 있으며 문제를 제기한 「대학신문」은 장기기획으로 이제까지 기술된 우리문학사를 다시 검토하는 「시리즈」를, 「창조」는 한국문학의 주류를 엮는 작가론 「시리즈」를, 「현대문학」은 임헌영씨로 하여금 한국문학사상사시론 「시리즈」를 각각 게재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72년에 접어들면서 본격화한 「근대문학의 기점」 문제시비는 신문학이후 줄곧 계속되어온 어떤 문학논쟁보다 더 가열할 듯한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정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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