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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찾아보자, 내게 맞는 고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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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은 복잡하고도 어려운 문제, 고교선택을 다룹니다. 고교선택이란 다양한 고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죠. 현재 우리나라엔 고교가 2318개 있습니다. 학교만 많은 게 아니라 학교 유형도 아주 다양합니다. 영재학교·과학고·마이스터고·외국어고·국제고·특성화고·자율형사립고·자율학교·자율형 공립고·일반고…. 이런 학교는 가르치는 교육과정도 다 다릅니다. 학교를 나온 졸업생의 진로도 큰 차이가 나죠. 하지만 너무나 복잡하다 보니 선택을 하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렇게 선택을 위한 대안이 많거나 복잡할 땐 전체 그림을 그려보는 게 중요합니다. 소중은 전체 고교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큰 그림과 함께 지금부터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생각해 볼 기회를 드리려 합니다.

#중3 기말고사는 왜 11월? 깔때기 구조의 원리

중3은 이미 2학기 기말고사를 다 봤습니다. 겨울방학은 앞으로 한 달 이상 남았는데 왜 그럴까요. 이런 질문이 우리나라 고교체제를 이해하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합니다. 핵심은 11월 말까지 한창 벌어지는 외고, 국제고, 자율형사립고 지원 원서 접수 때문입니다. 이 시기에 맞추기 위해 중3 기말고사를 일찍 보고 성적을 내 고교에 제출하려는 것이죠. 전국 단위 모집 자율형사립고(전주 상산고, 용인외고, 하나고 등)나 예술계고(서울예고, 국악고 등), 마이스터고는 11월이면 선발을 끝낸 상태입니다.

영재학교(서울과학고 등 6개교, 전국 모집)를 시작(매년 3월 원서 접수)으로 과학고(매년 7월 원서접수)·전국 단위 자율형사립고(매년 9월)를 거쳐, 마이스터고(매년 10월 원서접수)를 지나 외국어고·국제고·자율형사립고(시·도 단위 모집) 등의 순으로 학생 선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 순서의 맨 마지막은 일반고교입니다.

이로 볼 때 우리나라 고교체제(system)는 학생들을 순서대로 걸러가며 뽑는 깔때기 구조로 돼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깔때기란 비커나 병 위에 꽂아 액체를 걸러내는 나팔 모양의 기구를 말합니다.

#깔때기 구조에선 준비하는 순서대로

고교에 들어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중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여러 가지 답이 나올 수 있겠으나 가장 많은 게 ‘대학 가기 위해’일 것입니다. 마이스터고교처럼 졸업하면 회사에 취직할 수 있는 학교도 있습니다만 이러한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옛 실업계고) 재학생이 전체 고교생의 18.6%(2013년 5월1일 기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대부분이 대학에 가겠다는 목적으로 고교를 간다고 봐야 합니다.

대학을 가기 위해 보는 시험,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결과를 보면 깔때기 구조가 그대로 나타납니다. 수능 등급이 1등급부터 9등급까지 있는데 그 가운데 1·2등급을 받은 재학생(고3학생) 비율을 따져보면 대부분이 외고나 전국단위 모집 자사고(자율형사립고), 전국단위 모집 자율고입니다. 과학고나 영재학교에서는 고2 때 이미 대학 입학을 확정하는 조기입학 사례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국에서 뽑는 학교’, 외고나 과학고 등이 대학 가는 데 아주 유리하게 돼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중3을 대상으로 먼저 뽑아가는 고교에 들어갈 수 있도록 미리미리 준비하는 게 중요하겠습니다.

#행복은 성적 순 아닌데 현실은?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려고 할 때 따져봐야 할 게 있습니다. 당장 사야 할 필요가 있는 물건은 무엇인지, 사고 싶은 제품은 어떤 것인지, 내 주머니 안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죠. 고교를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를 고교선택에 적용한다면 내가 가고 싶은 학교, 내 적성에 맞는 학교, 나의 실력 또는 성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내가 가고 싶은 학교가 있다고 하더라도 성적으로 제한한다면 갈 수 없는 것이지요.

영재학교나 예술계 학교는 그 가운데 재능이 가장 필요합니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게 수학이나 과학, 예술 분야라고 한다면 이를 선택해야 합니다. 또한 대학으로 가기보다 취직을 하고 싶다면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교를 가는 게 좋습니다. 이런 학교를 제외하고 깔때기의 맨 윗부분에 속하는 학교들은 성적을 요구합니다. 중학교 2·3학년 때의 학교 성적이지요. 외국어고나 국제고는 영어성적이 전체 학생 중 상위 10% 안에 들어야 지원할 수 있습니다. 전국 단위 자율고나 자사고는 모든 과목의 성적을 봅니다.

# 성적 +α(플러스 알파), 그것은 실적

외고, 국제고, 과학고, 자사고, 자율학교 모두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실시해 학생을 선발합니다. 쉽게 말해 1단계로는 학교 성적 보고, 2단계에서 학생들이 제출한 실적을 보겠다는 것이죠. 물론 실적엔 토익·토플 같은 외국어 공인 기록 성적이나 경시대회 입상성적은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런 기록을 넣었다가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넣어서는 안 되는 실적이죠. 이들 고교가 보려는 실적은 여러 가지입니다. 우선 중학교 기간 동안 스스로 학습 계획은 어떻게 세워 실천했고, 그 결과 성적 향상은 어떻게 됐는지 기록입니다. 지원한 고교를 오게 된 동기나 이 학교를 오기 위해 어떤 준비와 노력을 했는지 기록도 포함됩니다. 중학교 기간 동안 학교 선택과 관련해 쌓은 독서활동 기록도 있습니다. 중학교 기간 동안 봉사나 체험활동은 어떻게 했는지 기록도 아주 중요합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기회가 되었다는 내용이 들어가면 더욱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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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모집, 시·도 모집

고교의 유형을 분류할 때 공식적인 기준은 아니나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 학교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가 전국 모집 또는 시·도 모집이다. 시·도 모집은 광역 모집이라고도 한다. 같은 시·도 내 고교만 지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전국 모집은 어느 곳에 사는 학생이라도 지원 가능한 학교라는 뜻이다.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나 자율학교 중에서도 전국 모집과 시·도 모집으로 나뉜다.

☞자율학교·자율형사립고·자율형공립고

가장 헷갈리게 하는 학교 유형이다. 자율학교는 학사운영과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는 학교라는 의미다. 사실 일반계 학교에 속한다. 그런데 농·산·어촌 지역 등 교육 여건이 어려운 곳에 있는 학교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율학교를 지정했는데 이 학교 중 전국 모집하는 학교들이 유명해지면서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충남 한일고, 공주사대부고, 경기 양평고, 경남 거창고, 전북 익산고 등이 대표적이다. 자율형사립고는 원래부터 있던 자립형사립고(상산고, 민족사관고, 포항제철고, 현대청운고, 광양제철고 등)에다 2010년 문을 연 자율형사립고를 추가한 것이다. 자율형공립고는 자사고 때문에 일반고가 어려움에 처하자 정부가 지정한 공립고다. 자율형공립고는 내년인 2015학년도부터 일반고와 같은 시기에 모집하고(종전엔 일반고보다 먼저 선발) 2018학년도엔 모두 일반고로 전환된다.

☞특성화고

종전 실업계고교로 보면 된다. 전문 직업인 양성을 위한 학교다. 만화, 에니메이션, 요리, 영상 제작, 관광, 통역, 금은 보석 세공, 인터넷, 멀티미디어, 원예, 골프, 공예, 디자인, 도예, 승마 등의 분야에 소질이 있는 학생을 키운다. 특성화고엔 대안교육 학교도 포함된다. 체험과 인성 위주의 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도 이 범위에 들어간다. 경기 이우고, 충북 양업고, 경남 간디고 등이 대표적이다.

☞기숙형 고교

2008년부터 전국 군지역 79곳에 생긴 학교다. 전국에 150개가 있다. 고교 기간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한다. 별도의 고교 유형으로 분류할 수는 없으나 대도시 지역 학부모들 가운데 학교에 자녀를 맡기고 싶은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학교다. 학교가 학생의 생활지도는 물론이고 방과후 학습 등을 모두 맡아주기 때문이다. 기숙형 고교 중엔 전국 단위로 뽑는 자율학교(경기 양평고, 경남 함양고 등)도 있고, 비평준화 지역에 해당하는 공립고(대구 포산고 등)도 있다.

강홍준 기자 kang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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