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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복지 시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7일 민 문교는 전국 대학 총·학장 회의에서 학생들의 경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대학 생활을 통한 협동 정신의 배양을 위해서도 기숙사 생활이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각 대학은 기숙사 시설의 증설을 비롯해서 학생 복지 시설을 갖추는데 특별한 고려를 베풀도록 권장했다. 이 같은 권고는 시선에 적합한 것으로, 이것은 지금까지 우리 나라 대학들이 공·사립을 막론하고 기숙 시설이며, 학생 복지 시설에 거의 무감각이었다는 실정을 아프게 찌른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이란 원내의 뜻이 「컬리지엄」이라는 기숙사 시설에서 유래한 것이요, 고전적 대학들이 거의 예외 없이 기숙사 생활을 통해 학생들의 심신을 단련하고 협동 정신을 길러 유위한 청년을 길러왔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영국의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등이 전시 기숙사 대학으로 발생하여 오늘날까지 고색 창연한 숙사에서 17세기나 그 이전의 기숙사 입사생들의 감화 하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을 볼 때, 기숙사야말로 대학 생활의 원천을 이루고 있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하버드」 대학이나 「예일」 대학 등도 학부 1, 2년 학생들은 강제적으로 기숙사에 입사시켜 공동 생활을 영위케 함으로써 전인적인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은 우리로서도 좋은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도 서울여대에서는 1, 2학년 학생들에게 기숙사 생활을 강제하고 있고 서울대학교 사법 대학원에서도 기숙사 생활을 현재 한 바 있다. 최근에는 서울대학교 기획 위원회에서 교양 과정 교육은 기숙사에서 주거하면서 강의하는 학사 제도를 도입할 것을 주장한 일까지 있었다. 대학생들을 학사에 넣어서 공부하게 하는 경우에는 자연히 학생들과 더불어 전 생애를 바치려는 유능한 사감이 출현, 이러한 사감과 그 조교들이 생활 지도까지 담당하게 되면 학생들의 지적 성장과 적성에 맞는 사회 진출을 위해서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서울대학교에 기존하는 정영사나 상록사·불암사 등 기숙사 시설은 현재로서는 내용이 빈약하나, 그나마도 그것이 학생들의 학습 지도와 생활 지도 면에 준 효과는 지대함이 여러 가지 조사에서 입증된바 있다. 또 이대나 숙대 등의 기숙사 시설이나 각 여자 대학의 생활관 시설이 한국 여성의 생활 교육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고, 우리 나라 주생활의 개선에도 크게 공헌하고 있음을 볼 때, 기숙사 교육의 필요성을 각 대학이나 정부는 등한시 말아야 할 것이다. 기숙사 생활은 학습 능률면에서도 큰 효과를 가지고 있어 각 대학에 부설되어 있는 고시반 등이 기숙사에서 합숙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기숙사 생활의 장점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서울에 있는 대학생 총수의 약 60%인 6만3천명 가량이 시골 출신 학생으로 2인 합숙의 하숙비가 1만4천원이나 되고, 독방일 경우에는 그 하숙비만도 2만원이나 하는 실정을 볼 때, 지방 학생들의 복리 증진을 위해서도 기숙사의 시설은 필수 불가결하다고 하겠다. 학생 자치로 이루어지는 기숙사의 경우 월 7천원에서 9천6백원 밖에 숙식비가 들지 않으므로 2인 기숙사비 보다는 절반이나 싸고 강의실·영예실과도 바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학습 능률도 매우 향상 될 것임은 긴 설명의 필요가 없다.
정부가 권장하여야 할 것은 대학 식당의 건립과 운영이다. 대체로 유럽이 각 국에서는 정부와 민간 단체들이 대학 식당에 대하여 방대한 원조를 해줌으로써 1백원 정도만 내면 학생들이 만족할만한 식사를 할 수 있게 하고 있는 실정을 우리도 본받아야 할 것이다.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영양식을 싸게 공급할 수 있는 대학 식당의 경영부터 문교부는 강력히 권장하고, 이에 필요한 후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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