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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톡옵션 도입 8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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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스톡옵션 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것은 1990년대 중반이다. 97년 세풍이 상장기업 중에선 처음으로 도입하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주택은행(현 국민은행)과 하나은행,KT(한국통신)등이 잇따라 도입했다.

90년대 말~2000년대 초 스톡옵션 붐이 일어난 데는 미국계 기업들의 영향이 컸다. 외환위기 직후인 90년대 말 미국계 기업에서 근무하는 임직원들이 목돈을 만진 것은 스톡옵션 때문이라는 얘기가 돌면서였다. 99년 야후코리아가 경력사원 10명을 뽑는데 무려 5000명이 지원하기도 했다. 현금이 많지 않은 벤처기업들이 스톡옵션을 유능한 인재를 스카우트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 제도가 일반인의 관심을 끈 것은 98년 김정태 신임 주택은행장이 월급을 1원만 받는 대신 주택은행을 잘 키워 주가를 크게 높일 테니 스톡옵션을 달라고 요구한 때였다. 경영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연봉 손실을 만회하겠다는 얘기였다. 김 행장이 받은 스톡옵션은 30만주를 5000원에 살 수 있는 권리였다. 지금까지 팔지 않았다면 400여억원의 차익을 올렸을 것이다.

주식수 기준으로 국내에서 스톡옵션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은 호리에 전 제일은행장이었다. 국내 최초의 외국인은행장으로 취임 초부터 유명했던 그는 2001년 제일은행 주식 400만주를 스톡옵션으로 받아 더욱 화제의 인물이 됐다. 은행 측은 당초 주식을 살 수 있는 가격을 5000여원으로 정했다가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아 결국 9000여원으로 조정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제일은행을 SCB은행에 매각할 당시 주가를 감안하면 280억원의 차익을 올릴 수 있었으나, 호리에 행장이 2001년 10월 불명예 퇴진함으로써 스톡옵션을 몽땅 날렸다.

국내 기업 중에서 임직원들이 스톡옵션으로 가장 재미를 본 삼성전자는 2000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나눠줬다. 윤종용 회장과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은 각각 20만주씩 받았다. 행사가격은 주당 24만원이었다. 지금까지 주식을 갖고 있다면 차익만 500억원이 넘는다.

김영욱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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