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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쥐 소탕 연구」10년|전자기사 서봉철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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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하루 밥 한끼는 걸러도 쥐1마리를 안 잡으면 좀이 쑤신다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1가10의10 서봉철씨(42).
서씨는 10년째 쥐 5천여 마리를 잡고 쥐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쥐잡는 틀만도 4종을 고안, 특허까지 받았다. 전국과학 전람회에선 입상까지 했다.
그래서 서씨는 「서생원」 「서 박사」로 통할 정도다. 그러나 그는 의학자나 동물학자도 아니다.
서씨가 쥐에 관한 연구를 시작한 것은 1962년부터였다. 그때 서대문구 응암동에 살고 있었다 .
그때만 해도 일대가 논·밭이고 집 몇 채가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쥐가 많았다.
대한항공 정비부 전자기사로 있는 서씨의 하는 일이란 정밀공학에 속해 그만큼 남보다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도 통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밤새도록「베니어」판 천장에서「우르릉 쾅쾅」, 부엌에서 「달가닥 달가닥」, 쥐들이 밤샘을 하는 것이다.
『저놈들을 송두리째 잡을 수 없을까!』
서씨는 어린애처럼 이렇게 천진한 생각을 해보았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우연히도 우리 나라에서 쥐로 인해 연간 곡물피해가 1백50만 섬에 이르고있다는 신문기사를 보았다고.
이때부터 서씨는 쥐잡기에 앞장설 것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쥐 잡는 틀 4종의 고안을 완전히 마치고 쥐의 습성도 「마스터」한 후 쥐의 미끼연구에 전념하고있다.
그러나 신종 쥐틀을 만들고 쥐의 습성을 알아내기만도 꼬박 9년이 걸렸다.
그것도 하루에 4, 5시간씩 연구를 거듭해왔다. 퇴근하면 보통 하오8시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우선 국내에서 시판되고있는 쥐덫 20여종을 모두 사들였다.
2, 3마리가 잡힌 재래식 쥐덫에 다시는 쥐가 안 걸려들었다. 덫에 쥐 발이 걸리거나 덫 속에 갇히면 피가 묻거나 털이 빠지고 오물이 묻어 쥐는 함정을 눈치챌 만큼 영리한 동물이었다. 서씨는 신종 쥐덫을 만들기로 했다.
쥐의 습성·생리·기호식품 등을 먼저 알아내야 했다.
방·부엌·천장·마당·담 밑 등 집안전체를 쥐의 생활권으로 잡고 쥐의 실제연구에 들어갔다.
서씨는 쌀·밥·생 고구마·튀긴 고구마·꽁치·약간 상한 꽁치·갈치·약간 상한 갈치 등 쥐가 좋아하리라 싶은 것을 바꾸어가며 매일 밤8시쯤 집안곳곳에 떨어뜨려 놓고 밤을 새워 지켰다.
그러기를 1년이상 했다. 그 결과 쥐는 튀긴 고구마와 약간 상한 어류 및 곡물을 좋아하는 것을 알아냈다.
다음 쥐의 습성연구. 쥐는 이빨로 물 것을 갉아내는 명수였다. 쥐구멍은 없고 처마 밑 공기통을 통해 많이 드나들었다. 항상 다니는 통로를 안전제일주의로 삼았다. 과거에 먹이가 많았던 곳 근처에 통로가 있고 행동반경은 직경50m이내였다. 통로에 새로운 물건이 있으면 장애물로 인정하고 기피했다. 한 번 어떤 놈이 피해본 곳을 가장 경계했다.
보통 하오7시부터 밤10시까지 번거롭게 활동하고 밤8시에 가장 광적으로 날 뛰었다.
이 같은 실제 통계조사 외에 서씨는 문헌을 통해 쥐의 시각은 자의선외에 적외선까지 보고, 취각은 사람의 약 40배, 청각은 사람의 6배 정도인 것을 알았다. 또 어찌나 춘기가 빠른지 생후 2개월이면 잉태, 임신 20∼21일간이면 새끼를 낳고 수명은 3년간인 것도 알았다.
그리고 한 쌍의 쥐는 3개월마다 8마리의 새끼를 낳아 1세대에는 기하급수적으로 번식되어 2백62만1천1백40마리의 쥐가 된다고 한다.
서씨는 우리 나라에는 현재 집쥐·생쥐·들쥐 등 20종의 쥐 9천만 마리가 있다고 추산했다.
약 5년 동안 쥐에 관한 지식을 익힌 서씨는 재래식쥐덫을 개량, 전기용 쥐덫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간 만든 것이 전기쥐덫 1호·2호·3호·4호의 4종. 각 종에 모두 동선·목재·철선·전선 등 4백원 정도의 비용을 들여 만들었다. 작동은 대략 비슷, 먹이를 보고 속에 쥐가 들어가면 자동으로 갇혀 1분만에 감전되어 죽고 방안에 장치해둔 경종기가 울린다. 이 쥐덫으로 5천여 마리를 잡았다.
재래식 쥐덫이 7일 이상 쓰면 다른 곳에 옮겨 놓아도 쥐가 들어가지 않으나 이 전기식은 ①한 번 달아둔 사료를 계속 쓸 수 있고 ②경종기에 따라 폐사체를 빨리 제거하면 깨끗하여 쥐의 기피성을 막을 수 있고 ③동일생활권내의 쥐는 거의 하룻밤에 잡을 수 있다고 서씨는 주장한다.
서씨는 이 쥐덫을 제14회 과학전람회에 출품 ,장려상을 받은 것 등 세 번이나 표창을 받았고 작년에 특허도 받았다.
이같이 서씨는 쥐의 연구에 몰두하면서 가끔 귀를 해부도 해보고 가죽도 벗겨 징그러워하는 가족들의 눈총도 많이 받았다.
자주 이사할 때면『그 쥐덫, 이제 버리고 가자』는 부인이었으나 이제는 이해하게끔 되었단다. 『쥐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만 곧 발견하면 어느 정도 종합적인 「쥐잡기 방법」의 체계를 갖출 것』이라면서 그는 오는 25일 쥐잡기 운동에 모두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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