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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정부의 「예기치 못한 두통거리」 「원주민 대사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약 1개월 전 호주 의사당앞 뜰에 『원주민 대사관』이랍시고 「텐트」 7개가 가설됐을 때만해도 이곳 보수계 정치인들은 이를 웃음거리로밖에는 생각지 않았으나 최근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중공정부가 동 대사관에 원주민 청년 20명을 32일 동안 공식외빈자격으로 초청한다는 공한을 보내왔다고 원주민 『대변인』이 발표한데 이어 중공전문가인 호주 국립대학의 「스티븐·피츠제럴드」박사가 이 공한의 신빙성을 입증하고 나섰던 것이다.
당초 원주민의 토지소유권주장을 「맥마흔」수상이 무시한데 대한 항의로 설치된 『대사관』은 점점 호주정계의 무시할 수 없는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듯하다. 「캔버라」주재 각국 외교사절들이 줄지어 이곳을 예방했는가 하면, 야당인 노동당의 「고프·휘틀럼」당수는 이곳을 방문, 그가 집권하면 「맥마흔」수상이 제의한 원주민에 대한 50년간의 토지대여대신 자유로운 토지소유권을 부여하겠다고 언약하기도 했다. 『전 세계로부터 기부금이 답지하고 있다』는 것이 『대변인』의 주장이기도하다.
이들 원주민들은 미국 「인디안」과 마찬가지로 백호주의를 내거는 백인들에 의해 학살과 압박의 대상이 돼 왔다. 「제임즈·쿠크」가 호주 동해안을 탐험, 1770년 영국이 호주를 손에 넣은 이래 이들은 아직까지 제 땅 조차 갖지 못하고 빈민가를 헤매고 있는 실정이다. 「맥마흔」수상의 토지대여 정책에 격분한 원주민청년들에 의해 설치된 이대사관의 집무인원은 평소 10여명. 휴일에는 자진근무자가 생겨 50여명 정도가 붐빈다.
이들은 주로 공무원·외교관인데 「캔버라」시민들과 화기애애하게 지내기도 한다. 『대사관』 앞 뒤뜰에 3백여 귀빈을 초청, 「가든·파티」도 개최한다. 음식과 음료가 부족할지라도 『대사관』구실은 해야될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는 속에서도 의사당앞뜰의 잔디를 망칠세라 또는 잔디 깎는 작업에 방해가 되어서는 안되겠다고 매일같이 『대사관』의 자리를 옮겨놓기도 한다.
이제는 배달되는 우편물도 적지 않다. 『의사당 잔디밭』이라고 쓰인 주소의 우편물들이 틀림없이 배달되는 것이 대견한 듯 신문기자를 겸하고있는 대변인은 『우리는 이제 자리가 잡혔다』고 흐뭇해 하고있다. <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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