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적군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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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일본은 요즘 『연합적군파에 의한 「우찌 (내) 게바」살인사건』으로 떠들썩하다. 무려 12명의 남녀대학생이 자체내부의 「린치」로 무참히 피살된 가공할 사건이다.
『연합적군파』니 『내「게바」』니 하는 말은 우리 귀엔 생소하다. 적군파는 70년 이른바 「요도」기 납치사건으로 우리 나라에서도 유명(?)해 졌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저지른 것은 그 적군파가 아닌 「연합적군파」들이다. 일본의 학생조직은 60년의 소위 「안보투쟁」을 전후해서 「전학련」의 주류를 이루던 일본 공산당 계가 산산이 분열되었다. 「대대목」계니 「반대대목」계는 그 소산이마. 여기에도 각각 몇 갈래의 분파가 있다.
「적군파」란 「반대대목」계의 일파이다.
「적군파」는 「세계의 동시혁명」을 주장하는 환상적 과격좌익분자들이다. 역시 「반대대목」계로 「경빈 안보 공투파」가 있다. 이들은 「모택동주의」를 표방하며, 일본 일국 만의 혁명을 부르짖는다. 같은 「반대대목」계이면서 이 두 파는 전략상 대립한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해 「연합」을 형성했다. 「적군파」는 「M」(자금)에 강하고, 「경빈 안보 공투」는 「W」(무기)에 강하다. 따라서 두 파는 각자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전술적 제휴를 한 것이다. 이번 살인사건은 바로 이들 「연합적군파」의 소행이다. 양파는 행동대가 약 4, 5백 명이나 된다.
한편 이들의 배경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이들 행동대는 대부분이 동지사대나 도산 학원 대 출신 등 관서세력을 중심으로 하고있다. 그뿐 아니라 이들은 일류대를 한번씩 지망했던 낙방 생들로서 깊은 좌절을 겪은 「콤플렉스」가 잠재해있다. 따라서 그런 좌절감이 사회에 대한 과격한 반발로 광적인 적대의식을 자아냈을 것이라고 본다. 이들은 황당무계하게도 이른바 「대판전쟁」이니 「동경무장봉기」니를 시도한 바도 있었다.
말하자면 사회에 대한 깊은 반감을 「정치활동」이라는 간판을 둘러메고 폭발시키는 것도 같다. 물론 이것은 한 단면적인 평가일 수도 있다. 여하간 일본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마지널·피플」(한계인간) 과 같은 존재들이다. 일본에서도 많은 지식인들이 이들에 대한 비판과 혐오를 서슴지 않고 있다.
이번 살인도 이른바 내「게바」의 결과이다. 「게바」란 독일어 Gewalt의 일본식표기. 「폭력」이란 뜻을 갖는다. 내부의 제파 사이의 전략· 전술적 차이가 폭력항쟁으로 변질되어 서로 죽이고 위협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공산당조직의 상투적 수법이라는 것은 적어도 한국 민은 잘 알고 있다.
이런 내「게바」는 연합적군파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어느 학생운동에도 그런 분란이 따라 다닌다. 일본의 정치적 혼미는 더욱 그것을 자극하는 인상마저 준다. 참 한심한 꼴들이다. 우리 나라 학생은 이들에 비하면 얼마나「나이브」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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