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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양양 산불 11시간여만에 불길 잡혀

중앙일보

입력

강원도 양양군에서 일어난 산불은 발생 11시만여만인 5일 오전 11시쯤 큰 불길이 잡혔다. 불길이 잡히면서 대피했던 16개리 265가구 661명의 주민 가운데 300여명은 집으로 복귀해 인근에서 잔불정리 및 가재도구 정리에 나섰다. 그러나 가옥이 불에 타는 등의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마을회관 등지에서 구호를 받고 있다.

○…4일밤 양양군 양양읍 화일리에 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해안가로 번졌다. 발화지점인 화일리와 물갑리 경계지점에서 사교리와 금풍리를 거쳐 사천리, 낙산 해수욕장까지 불이 번지는데는 6시간도 채 안 걸렸다.

산불이 최초로 목격된 것은 4일 밤 0시 50분쯤. 2차선 도로 옆 야산에 불이 붙었다는 행인의 신고가 접수되자마자 양양군청 전문 산불진화대원들과 경찰이 출동했다. 그러나 초속 25m 안팎의 강풍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인근 마을 주민들에게 잇따라 대피령이 내렸다. 한밤중의 사이렌과 스피커로 울리는 이장의 다급한 목소리에 주민들은 집을 뛰쳐나왔다. 우선 급한대로 겉옷만 걸치고 뛰쳐나와 외양간의 소 등 가축들을 끌어내 인근 논밭으로 대피시키기에 바빴다. 산불진행 방향에 비껴 있어 시간 여유가 조금 있는 주민들은 트럭에 세간살이를 옮겨실었다.

일단 가까운 마을회관으로 피신한 주민들은 급속히 번지는 산불의 기세에 양양읍내로 다시 대피했다.

평생 살아온 집이 산불에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본 사천리의 한 할머니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사천리 최선모(51) 이장은 "날이라도 빨리 밝아야 헬기라도 뜰 게 아니냐"며 발을 동동 굴렀다.

○…양양군 낙산 거평프레야 콘도 투숙객 300여명도 긴급대피했다. 특히 식목일인 5일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동해안 관광을 나왔던 행락객은 대부분 퇴실하거나 긴급 대피했다. 콘도 직원은 "당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크게 번지면서 발생한 유독가스 등으로 호흡이 곤란할 정도였다"며 "그 와중에도 투숙객 등이 비교적 침착하게 대응해 큰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전 5시 30분. 먼동이 터오면서 눈에 들어오는 산불 피해지역은 전날 해지기 전과 사뭇 달랐다. 불에 탄 가옥에선 아직 연기가 피어오르고 마당엔 뼈대만 남은 농기구가 나뒹굴고 있었다.

화마로 삶의 터전을 잃은 12개 마을 700여명의 주민들은 너나없이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금풍리 주민 정연학(71)씨는 "산불이 크게 번져 손쓸 겨를도 없이 집까지 덮쳐 겨우 몸만 빠져나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해가 심한 사천리 일대는 폭격을 맞은 것 같았다.

"평생 이런 산불은 처음 봤다" 관광객 이민수(35.서울 노원구)씨는 "낙산해수욕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5일 아침 연기가 자욱한 도로를 운행하던 중 갑자기 길옆에서 불길이 치솟아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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