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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공부「5년 계획」에의 제언|문예중흥을 위한 정책방향|임영방<철학·서울미대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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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문공부가 금년부터 시행할 문예중흥 5개년 계획의 첫해를 맞이하였다. 계획자체는 구체적으로 밝혀진바 없으나, 우리의 현실에 어떤 형태의 문예중흥이 가능할까. 탁월한 한명의 식자, 한명의 예술인으로 문예중흥이 이루어질 수 없음은 물론이고, 특히 비상사태아래 시정목표와 생각해 볼 때 적지 않은 문제가 내재해 있지 않을까 염려된다.
우리는 총력안보를 해야하는 현실임을 모든 국민이 의식하고 있다. 이 싯점에서도 우리는 현대의 정신·문화 및 예술표현이 국제적으로 신속히 교류되고있는 실정과 그 흐름에서 이탈되지 않아야만 현대적 표현을 이해케 되며 또한 우리의역사적문화와 오늘의 문화예술을 세계문화의 일부로 반영시켜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지금 우리처지는 까다로운 이중성에 직면해있다. 첫째 국가안보의 테두리 안에서의 문예중흥과 둘째 세계문화에 손색없는 한국문화의 참여가 그것이다.
문화예술의 발전은 지향방향과 성격을 미리 지정해줄 때 자칫 일면적 일원적으로 흐를 우려가 없지 않다. 1787년 「프랑스」혁명 이후 국민의회는 국가귀감을 확립코자 새로운 가치관을 국민에게 제시했다. 즉 자유·평등·동포애정신을 밑바탕으로 하는 사회윤리관을 주장하고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국민 개창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국경일의 제정, 새 달력의 사용, 애국적인 개명까지 하게 했다.
단지 문예정책은 자유·평등·동포애에 기본정신을 두고있음에도 공화체제의 확립이란 테두리 안에서만 창작지원이 시행됐다. 오늘도 볼 수 있는 공공건물내의 당시 미술작품은 「일하는 국민」「선과 악」「애국심」「평화로운 가족」「광명」「평등」「애국위인」등 건전 대중예술의 보급을 목적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관료적 문예시책은 본연의 문예창달을 이룩하지 못한 점이 오늘날 비난으로 지적되고 있다. 2O세기전후의 대가들이 모두 소외된 반면에 관선작가위주로 문예정책이 감행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의 촛점은 그 시대적 창작성을 도외시했다는데 있다. 예술창작활동은 우선 정신적 구애나 제한이 없는 자유로운 조건에서 싹트고 개화가 기대된다. 이 점은 전체주의체제 및 공산국가에서의 문화예술이 사회체제에 위압되어 침체돼 있다는 사실로 증명된다.
문공부의 5개년 계획은 이 같은 문젯점들을 참작하면서 추진돼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모처럼의 장기계획이고 광범한 것인 만큼 문예중흥의 핵심을 올바르게 찾아 시책이 되고 내외실정과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공통될 수 있는 일부터 착수했으면 한다.
남이 자기자신을 올바르게 인정하고 평가해주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을 바로 알아야 하므로 민족문화의 개발이 우선 순위로 요구되는 것 같다. 고전국역, 사록 등의 국역, 영인사업, 한국민족사상사대계, 고전문고판, 선열위인전문고판 등의 발간사업이 대상이 되겠지만 아울러 이들의 현대적 해석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고미술에 관한 개발을 보존·연구·활용에 고루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며 각 분야의 특수성에 따른 여러 박물관 설치와 이를 중심으로 벌이는 활동을 통하여 조상의 자랑은 물론 오늘의 자랑거리도 개발하는 터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지방예술제가 기여하는 바도 이젠 재고해야할 것이다. 본 의도와는 달리 일종의 흥이나 연례행사로 그치는 경향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각 지방의 고유한 환경·풍습·표현 등을 해당 지방인들에게 인식시켜 고유색을 보존·연구·활용토록 책임감을 주어야 할 것이며, 다른 지방과의 순회 또는 초청예술제 및 전시 등도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성과에 따른 실질적인 시상제도도 민족문화진흥의 고무책이 될 것이다.
이것은 바로 정부의 시정목표인 자조·자립·협동하는 국민정신을 개발시키는 요인의 하나도 될 것이다.
둘째로 현 국내의 실정 및 국제정세에 부합될 수도 있는 문예중흥장기계획사업중의 하나로서 통일을 대비한 문예시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북한의 고문화예술이 한국의 고문화예술에 차지하고 있는 비중 및 고문예각분야별의 사적 미적 가치를 학구적으로 설정하는 연구사업과소개가 될 수 있는 여유를 마련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국제문화기구 「유네스코」를 통한 남북간 한국 고예술품 교환전시라는 하나의 가냘픈 희망도 가져보고 싶기도 하다. 「유네스코」산하 기관인 국제박물관위원회를 거쳐 북한에 있는 고예술품의 보존상황 및 그 실태조사도 해보고 또 의뢰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밖에 문공부의 이번 사업계획으로 국전의 지방순회전시, 상설전시를 위한 작품구입, 국립극장준공, 공연강화, 특히 처우개선 및 연기인 양성소설치 등은 문예중흥을 위한 기본적 시책이라고 믿어지며 오늘의 우리들의 어려운 처지에서나마 희망적인 내일을 기대게 하는 일이라 본다.
셋째, 문화예술인들의 존재성은 창작활동에 있다는 점이다. 당국이 창작활동지원, 문예중흥을 촉진하는 환경조성 등의 지원책을 구체화하고 있는바, 예술인들은 그 본의의 사명을 어김없이 다해야 할 것이다. 유행에의 편승이나 타작표절, 영리를 목적으로 한 작가활동이 아닌, 현실에 입각된 독창성의 발휘가 요구되는 것이다.,생활환경은 창작의 한 근거가 되느니 만큼, 예술인으로서 문화예술향상을 위한 확고한 신념을 지닌 창작활동이 기대되는 바이다. 예술이 대중의 수준에 맞추어 행해지는 것보다는 표절 없고 자각된 현대인간으로서의 정신과 그 생활환경과 발달된 이지로서 즐겁고 새로운 창작세계를 보여줌으로써 대중정신에 정화를 가져오고 대중이 이에 따르도록 선도해야 할 것이다.
문예창작활동은 결코 대중과 격리되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창작은 글자 그대로 정직해야 되고 순수성이 발로됨으로써 대중의 동경의 대상이 되며 대중의 정서감을 배양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당국에서 문제시하고있는 건전한 대중예술의 보급은 건전한 가요·소인극·경연대회라는 순간순간의 기정 지어진 건전성으로서 근본적이고 계속적인 정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도리어 정서적 환경을 마련하여주고 생활화될 수 있는 여건을 강구할 때 건전한 취향을 기대할 수 있고 그 향상이 있으리라 믿어지는 바이다. 문예인의 본래사명은 바로 이에 있다고 생각한다. 더우기 총력안보태세의 확립에 문화예술인이 선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된다는 것도 이러한 견지에서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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