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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문화의 기능|「한국인의 재발견」세미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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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크리스천·아카데미」는 72년의 l년 동안「한국인의 재발견」을 주제로 일련의「세미나」를 갖는다. 이 주제의 첫번째 모임은 26일∼27일「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린 유교문화의 기능과 역기능」에 관한 토의였다. 오늘의 한국인이 있게 한 여러 가지 요소 가운데 유교문화의 영향을 찾아내 이를 비판하고 새로운 시대의 한국인 형성을 보다 바람직한 것으로 한다는 목적이 이 주제가 갖는 뜻이다.
그러나 이 모임에선 유교문화의 현재보다는 전체적으로 유교의 본질이 거론된 느낌이었다.
발제 강연에서 윤태림 교수(연세대 대학 원장)는「유교문화와 한국인의 심성」에 관해 주로 역기능 면을, 최창규 교수(서울대 교양과정부)는「충효사상과 민주주의」에 관해 유교의 기능적 면을 강조했다.
동양사회의 침체성을 비판함에 있어 언제나 동양정신의 중추를 형성해온 유교가 공격의 대상이 되어온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서구적인 산업문명이 현실적으로 인간생활을 윤택하게 하고 복지를 향상시키고 지배성을 강조시켰기 때문에「근대화」라는 면에서 유교는 언제나 저해요인으로 판정되었던 것이다.
한국에 있어서도 근대화 과정에서 유교의 폐단이 지적되었던 것. 1918년 춘원 이광수는「신생활론」에서 ①숭고사상 ②경제경시 ③형식주의 ④효 집착 ⑤남존여비 ⑥상문 ⑦북미의식 ⑧구명론 사고 ⑨과학천시 ⑩점잔 빼는 것 등을 우리나라 유교의 통폐로 들어 비판했던 것이다.
윤 교수는『유교가 한국인을 형식과 제도로 묵어 나약성을 심었다』고 지적,『만주를 지배하던 진취적인 고구려인이 오늘날 무기력하고 저항을 모르는 한국인으로 변하게 했다』고했다.
유학 가운데도 형식에 치우친 면만을 받고 맹자적인 진취정신을 배제한데 대한 비판도 했다. 특히 유교의 권위와 복종 강조가 자주적 개인을 불가능하게 했고 또 계층의식이 강해 현대적인 능력주의에 배치된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따라서 폐쇄적 태도, 일원적 사고, 소극성의 탈피가 오늘의 한국인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 교수는 유교의 기능 면을 강조하면서 유학의 중심개념인 충효사상을 민주주의와 결합시켜 주복됐다.
유교 특히 한국유교를 특징 지우는 성리학이 이조시대의 통치이념과 결합한 것은 성리학의 투쟁적 정치「이데올로기」가 민족주의적 성격을 띤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대청북벌론이나 대서양척화론, 임란과 한말의 의병이 모두 성리학적 민족자주론을 전개했다고 그는 예시했다.
충효사상을 민주주의와 연결함에 있어서는「충노」가 자기와 타인의 마음을 조화시킬 수 있는 횡적 평화력이지 결코 단순한 종적관계의 강조가 아니라는 주장으로 충은 ①개인의사의 자기 결정성 ②개인 행위의 자율성 ③개인행위에 대한 자기 책임성이란 민주주의 정신을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그 충을 인간관계가 가장 밀접한 가족 안에서는 효로 설명된다. 따라서 효의 궁극단계는 입신과 행도라는 개인의 완성과 개인의 완전한 실천에 뜻을 둔 것이기 때문에 역시 사회성 즉 횡적 친화력으로 통해 민주주의의 본뜻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이다.
유교적 영향의 기본단위가 되는 가족관계면에서 비록 평등성 저해혈연 지연 등의 강조 등 역 기능 면이 있지만, 한편 ①사회보장제적기능 ②질서유지 ③사회통합 ④서구의 이질문화조차도 받아들일 수 있는 배경을 형성한 고도의 정신문화 같은 기능 면이 높이 평가된다고 최재석 교수(고려대)는 말했다.
특히 서양의 핵 가족제도 마저 붕괴된 현실에서 동양적인 확대가족제도의 장점은 중요한 것이다.
함병춘(전 연세대교수)씨는 파괴된 가정인이 사회를 파괴한다는 실증을 구미사회의 불안정성에서도 엿 볼 수 있다고 하면서『우리 사회를 이 정도라도 지속시키고 유지시켜온 것을 차라리 이런 유교적 관습과 가치체계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홍구 교수(서울대 문리대)는 유교의 정신이 차라리 현대 정치 이론이 찾는 깊은 뜻을 가르친다고 보았다.
즉 정치권력은 정당성을 가져야만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일관성 있는 통치이념, 개인과 국가의 실현을 심성의 조화 면에서 찾으려 한 점이 그것이다.
안병욱 교수(숭전대)는 이런 뜻에서『양심과 지조를 소홀히 보는 오늘날의 한국 지식인이 고도의 책임의식과 신의 윤리를 이조의 선비(유자)에게서 배워야한다』고 주장,「선비도」의 형성·부각이 시급하다고 했다. 비록 유학이 현대사회에서 제도·구조면의 약점을 갖고 있으나 새로운 시대에 적응시킬 수 있는 정신적·요건들을 오늘에 되살릴 필요는 더욱 절실하다는 긍정적 태도가 이모임에서 강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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