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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수지 통계 내년 2월 개편 … 경상 흑자·수출액 불어날 듯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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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올 경상수지 흑자가 더 불어나게 됐다. 수출이 더 잘되거나 서비스 수지가 좋아져서가 아니다. 통계를 만드는 잣대가 바뀌면서다.

 15일 한국은행은 내년 2월부터 국제통화기금(IMF)의 새로운 매뉴얼(BPM6)에 따라 국제수지 통계를 개편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새 기준을 적용한 1980~2012년 국제수지도 내놨다. 개편 결과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기존 통계(480억8000만 달러)보다 27억5000만 달러 많은 508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금까지 통계에 잡히지 않았던 해외 현지법인의 내부유보액(배당을 하고 남은 수익) 25억 달러가 재투자수익으로 반영된 영향이 컸다.

 5541억 달러였던 지난해 수출액도 바뀐 기준으론 6035억 달러로 늘어났다. 통관을 기준으로 삼았던 가공무역 수지를 소유권 변동 기준으로 바꾸면서다. 예컨대 지금까지는 국내 전자업체가 중국 현지 공장에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패널 등 부품을 보낼 때 수출로 잡았다. 하지만 새 기준에선 중국 공장에서 이 부품으로 스마트폰·TV 등을 만들어 중국이나 제3국에 팔 때 수출로 본다. 이에 따라 수출 규모도 커지고 가공무역수지 흑자도 4억1000만 달러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통계가 바뀌면 올 경상수지 흑자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 기업들의 해외 현지 생산과 직접 투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기술적 증가’이긴 하지만 외환당국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쌓이는 흑자에 원화 값이 상승 압박을 받고 있는 데다 무역마찰 소지도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미 재무부는 최근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원화가 저평가됐다”며 경상수지 흑자와 외환보유액 규모를 거론했다. 이에 김중수 총재는 14일 “흑자는 선진국보다는 신흥국에서 생긴 것”이라면서 “원화 저평가로 흑자를 냈다는 주장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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