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7년 전 빚, 이청용이 갚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1면

이청용(왼쪽)이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스위스와 평가전에서 후반 42분 스위스 수비수 지글러와 경합을 이겨내고 헤딩골을 터트리고 있다. 이청용의 결승골에 힘입어 한국은 2-1로 역전승했다. [뉴시스]

이청용(25·볼턴)의 유일한 약점은 마무리 능력이다. 유연한 볼터치와 드리블 돌파, 날카로운 침투 패스 등 어느 하나 빼놓을 것 없는 대표팀의 에이스지만 항상 슈팅이 약해 ‘소녀슛’이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이청용이 3년5개월의 침묵을 깨고 A매치 골을 신고했다. 주장 완장을 차고 뛴 경기라 더 뜻깊었다.

 이청용은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스위스와의 평가전에서 1-1로 맞선 후반 42분 결승 헤딩골을 넣었다. 이청용은 이근호(상주 상무)가 문전 왼쪽에서 반대편으로 올린 크로스를 훌쩍 뛰어올라 헤딩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이청용이 A매치에서 마지막으로 골을 넣은 건 2010년 6월 우루과이와의 남아공 월드컵 16강전(1-2 패)이다. 이청용의 골로 한국(56위)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위의 스위스를 깨트리는 값진 성과를 거뒀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0-2로 패했던 아픔도 조금이나마 씻어냈다. 홍명보 감독은 부임 후 3승3무3패를 기록했다.

 주장을 맡은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이 부상으로 빠지자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주저 없이 이청용을 주장으로 선임했다. 이청용은 전면에 나서길 꺼리는 성격이지만 동료들 사이에 신망이 두텁다. 잘난 척하지 않고 항상 묵묵히 제 몫을 다하기 때문이다. 최강희 전임 대표팀 감독은 이청용을 두고 “감독이 낚시나 가고 그래도 알아서 잘할 선수”라고 평했다.

 대표팀은 전반 7분 만에 선제 골을 허용했다. 오른쪽 수비수 이용(울산)이 어설프게 공을 걷어낸 게 화근이 됐다. 이 공을 가로챈 스위스 미드필더 파팀 카사미(풀럼)의 왼발 중거리 슈팅이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전반 22분에는 공격수 하리스 세페로비치(레알 소시에다드)에게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허용했다. 세페로비치의 슈팅이 골키퍼 김승규(울산)의 정면을 향해 겨우 실점은 모면했다. 뒤늦게 오프사이드 함정을 파려다 돌파를 허용한 중앙 수비수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의 큰 실수였다. 강팀을 상대로 순간 실수로 골을 허용하는 장면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뒤지던 한국은 후반 14분 홍정호의 헤딩골로 균형을 이뤘다. 기성용(선덜랜드)이 왼쪽에서 올린 코너킥을 쇄도하던 홍정호가 헤딩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지난 3경기 연속 세트피스에서 실점만 했던 대표팀이 홍 감독 부임 후 처음으로 세트피스를 통해 골을 넣었다. 홍정호가 ‘골 넣는 수비수’의 자질을 보인 점도 긍정적이다. 동점을 만든 후에도 공세를 늦추지 않은 한국은 홈팬들에게 극적인 역전승을 선사했다.

 동아시안컵 이후 4개월 만에 돌아온 김신욱(울산)은 시종일관 활발한 움직임으로 활력을 불어넣었다. 김신욱은 전반 13분 기성용의 프리킥을 헤딩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으나 아쉽게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김호 본지 해설위원은 “김신욱이 헌신적으로 뛰었고 패스를 내주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고 칭찬했다. 한국은 19일 러시아와 평가전을 치른다.

오명철 기자

양팀 감독의 말

홍명보 감독=역전승을 거둬 기쁘다.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필요한 리듬을 잘 찾아 경기했다. 최전방 공격수 김신욱에게 머리보다는 발로 연결해 주는 플레이를 주문했다. 만족스럽다. 강팀을 상대로 승리해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오트마르 히츠펠트 감독=한국은 빠르고 터프한 경기를 하며 우리를 90분 내내 괴롭혔다. 베날리오 골키퍼의 선방 덕분에 2실점으로 막을 수 있었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도 오늘처럼 한다면 아무 걱정이 없을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