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14년만에 아버지 상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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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9살 때 밤마다 잠자리에 오줌을 싸고 그때마다 부모에게 매를 맞다가 마침내 매가 무서워 집을 뛰쳐나와 떠돌아다닌 끝에 전파12범의 악인이 된 홍만선 군(22)이 29일 14년만에 아버지 홍은필씨(50·충북 제천 읍 중앙동 2가 121)를 찾아 극적으로 상봉했다.
홍군은 지난 20일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특수절도 혐의로 검거돼 구속 중이었는데 수사관들이 과거를 조사하다가 홍군이 14년 전 뛰쳐나온 옛집과 부모를 찾아 새 생활의 길을 열어달라고 호소하는데 감동, 그 동안 홍군의 희미한 기억과 몸의 특징을 전국 경찰에 알려 부모 찾아주기 운동을 벌인 끝에 이날 열매를 맺은 것이다.
이날 서대문경찰서 330수사대에서 잃었던 아들을 다시 찾게된 아버지 홍씨는 아들 만선 군이 9살 되던 여름날밤 이불에 오줌을 싸 꾸중을 하자 집을 나갔는데 그 뒤 아들이 언젠가 돌아올 것을 기대했으나 돌아오지 않았다면서 홍군이 어렸을 적에 엉덩이에 숙 뜸을 뜬 흔적으로 직경 3cm 정도의 흉터 2개와 어려서부터 왼쪽으로만 누워 자 생긴 머리 왼쪽에 약간 눌린 모습을 보고『틀림없는 내 아들』임을 확인했다.
홍군은 집을 나온 뒤 서울 성동구 천호동 고아원, 서대문 응암동 시립아동보호, 경기도 평택 천 애 보육 원 등 고아원을 전전하다가 불량배의 마수에 걸려 10여 년 동안 좀도둑질을 해오며 살아왔다는 것이다.
만선 군은 그 동안 여러 차례 새 생활을 하려고 발버둥 쳤으나 어린 나이에 의지할 곳이 없고 배가 고파 도둑질로 살아올 수밖에 없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홍군은 이날 아버지의 손을 잡고 다시는 아버지 곁을 떠나지 않고 옛집에 돌아가 아버지와 함께 농사를 짓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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