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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이극송」과「이극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닉슨」대통령부처는 24일 옛날에「징기스칸」도 감히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 갑옷·투구대신 털 달린 코트를 입은 대통령은「괌」도에서 산 털모자는 쓰지 않은 채 장성 위를 30분간이나 1백m가량 거닐었다.
그곳 기온은 섭씨영하 3도. 「패트」여사는 「부츠」를 신고 코트차림에 처음으로 갈색의 모자를 썼는데 장갑만은 둘이 다 끼지 않았다.
『생각하던 것보다 몇 배나 더 강대하더군요. 총이 산등성이를 구불구불 기어가는 형국이어요』하고 여사는 감탄 또 감탄. 『인류 사이에는 어떠한 장벽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 「닉슨」대통령의 소감이었다. 「패드」여사는 또 아득히 치솟은 산정의 성벽을 쳐다보며 「로저즈」국무에게 말을 걸었다.
『「빌」, 저런걸 한번 지어보지 않겠어요?』
이선념과 희붕비 내외도 동행, 두 사람의 아내들은 여사와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다.
「패드」여사의 호기심은 보통이 아니었다. 장성을 돌아보고 온 다음에도 이내 명의 13능을 기어이 구경, 진기한 유품들을 감상했다.
여기서 대통령은 한가지 은밀한(?) 부부간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저녁마다 여사는 남편에게 그날 하루동안의 관광을 꼭 보고한다는 사실이다.
『저 꼭대기엘 한번 올라가 보시죠』하는 이선념의 조크에 대통령은 용하게 응수했다.
『우린 이미 북경에서 정상에 올라가 있지 않습니까?』

<「군중」없어 경찰 쉬워>
대통령 신변경호원들은 북경에 와서 좀 달라진 게 있다. 「워키·토키」를 들고 다니는 일도 없고, 완강히 접근을 막는 경우도 거의 없다. 경호책임자인 「로버트·데일러」씨는 언급을 회피하지만, 다른 나라에 갔을 때에 비해 훨씬 적은 숫자의 경호원이 배치됐다고 한다.
이유인즉, 「루마니아」에 갔을 때처럼 대통령의 손을 잡겠다고 아우성치는 군중들이 여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귓속에다 무선전화 수화기를 꽂고 다니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북경나들이는 미국 요식 업계에 맹랑한 여파를 끼쳐왔다. 「로드아일랜드」의 어떤 식당은 벌써「캐슈너트·닭구이-닉슨」이란「메뉴」를 만들어냈고, 「차이나타운」의 중화요리점도 경기가 불쑥 상승했다는 소식.
「로버트·로」란 사람은 친구를 불러「닉슨」이 북경연회에서 먹은 음식하고 똑같은 것들을 만들어 대접했다고도 하며, 반면 어떤 민주당원은 앞으론 절대로 중국음식을 안 사먹기로 작정했다나….

<오리고기로만 10코스>
북경TV화면에는「닉슨」대통령 보다「패드」여사의 모습이 훨씬 더 많이 나타난다.「닉슨」총통부인 또는「이극송 정부인」이란 호칭으로 여사가 가는 곳마다 화면에 비쳐져 길고 짧은 옷이며 화장·「나일론·스타킹」·굽 높은 구두가 호기심을 끌고 있다.
24일 미국인기자 1백25명은 중공기자단이 베푼 성대한 만찬 대접을 받았다.
주식은 오리고기. 오리의 각 부분을 따로따로 떼어 10「코스」의 과정을 거쳐 하나 씩 하나씩 진상되는 것. 다리 염통 간 뱃살 등이 순차적으로 나왔다. 기자들은「쿠크」들이 음식을 들고 장내에 들어오자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신화사통신의 이사「창·치·치」가 술잔을 높이 들고『미-중공 기자간의 항구적인 우호』를 기원했다. 「알콜」로는 『5잔만 마시면 산을 못 넘는다』고 하는「호·친」박하 술로 풍치를 더했고, 이날「희생당한」오리는 인민공사에서 난지 꼭 90일째 되는 것이라고.

<담배 많이 피워야 애국>
중공담배가 너무 독해서 한 미국인 기자가 『당신들은 암에 걸릴까봐 두렵지도 않소?』라고 묻자 중공기자의 말이 괴상했다.
『모 주석은 그렇게 담배를 좋아하는데도 별탈 없더군. 또 전매수입이 오르니 그 아니 애국적인가….』
「닉슨」은「이극송」이냐「이극손」이냐? 여기에도 좌우색깔이 작용한단다. 홍콩의 우익계와 중립 계에 선「이극손」으로, 좌익에선 「이극송」으로 각각 달리 표기해 혼선을 빚고 있는데 좌계에선 막장 「송」자를 써놓고는 약간 당황하는 눈치. 이극송은『전나무를 꺾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가도「팬더」달라 졸라>
중공의 초대 주미대사로 임명된『뚱뚱보 귀염 동이』를 놓고「캐나다」동물협회이사장 「세실리아·롱」여사는 불평을 털어놨다. 『우리가 먼저 중공을 승인했으니 우리한데 먼저 보낼 것이지….』
이걸 보면「팬더」는 과연 진기한 동물?.
한편 미국의 각 TV회사가 이번 행차에 쏟아놓은 돈은 각각 1백만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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