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하는 3대째 사냥꾼|경기도 고양군 유은형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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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경기도 고양군 벽제면 대자리392 유은형씨(37)는 21일 8년생 삵괭이 1마리를 잡아 중앙일보사를 통해 창경원에 기증했다.
할아버지 때부터 3대째 길들인 매나 덫으로 꿩·산돼지등 산짐승을 잡아왔다는 유씨는 18일 밤 대자리 북쪽 1km지점 야산「덤 바위」에 놓았던 덫에 걸려 든 짐승(사진)이 호랑이 새끼인 것 같다며 창경원에 기증했으나 삵 괭이로 판명이 난 것.
작년5월 참 매 수컷 1마리와 오소리 1마리, 뜸 북이 2마리를 잡아 창경원에 기증한바 있는 유씨는 3번이나 노루를 잡아 창경원에 호송했으나 서울에 들어서자 죽어버려 실패했다고 한다.
유씨에 의하면 소나무·아카시아·참나무가 빽빽한 「덤 바위」산은 마치 자연동물원처럼 꿩·산돼지·노루·토끼·삵 괭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유씨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15년 동안 덫으로 사냥을 해왔다.
매를 길들여 꿩을 잡던 아버지를 따라다니던 유씨는 꿩보다는 철사로 올가미를 만든 덫으로 산돼지와 노루를 잡는 솜씨에 익숙해 덫을 많이 써 왔다.
그 동안 노루 80마리, 오소리 50마리, 너구리 20마리, 산돼지 6마리와 수없이 많은 토끼를 덫으로 잡은 유씨는「덤 바위」에 깔린 20여 개의 깊고 작은 자연굴속을 헤맸고 전국 산골 짐승들이 살만한 곳을 안 가본 곳이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 사이에선 야생동물학자로 통하기도 한다는 유씨는 『그러나 금렵구는 철저히 피해 짐승을 잡았으며 잡은 짐승은 동물원이나 도시 사육 가에게 기증하거나 다시 놓아주고 팔지를 않았다』며 할아버지 때만해도 산에 짐승이 득실거렸는데 요즘은 큰 것은 물론 다른 짐승도 뜸해진 것이 역 연하다며 이따금 포수들이 총을 쏘아대며 사냥해 가는데 분개했다.
오로지 산 타기를 즐기고 짐승의 생태를 캐보려는 취미로 이 같은 사냥을 한다는 유씨는 산만 보아도 어느 지점에 무슨 동물이 살고있는 지를 자신 있게 알 수 있다는 것.
산돼지는 남향 따뜻한 곳에서 자고 굴을 피하며 노루는 털 밑 피부 속까지 땅벌이 파고들어 있어 햇볕이 덜 쐬거나 눈 위에서 지낸다는 것이 그의 오랜 경험으로 얻은 의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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