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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들은 『유리 부코프』피아노 연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그리 춥지 않았던 겨울을 슬며시 보내버리고 꿈에 부푼 봄이 벌써 찾아온 때문인지 음악계에서도 예년보다 이르게 연주회가 비교적 그 열을 띠기 시작한 것 같다. 우선 오는 3월7일 시민회관에서 독주회를 갖게되는 「프랑스」의 유명한 「피아니스트」「유리·부코프」는 이미 6,7년 전 나의 독일유학시절 때부터 인상깊게 남아있는 연주가로서 이제 한국에서 그의 음악을 다시 들을 수 있게 된 것을 생각하니 감개무량해진다.
그러니까 7년 전인 1965년11월25일 독일친구들과 함께 「프랑크푸르트」의 「폴크스·빌등스·하임」(시민관)에서 처음으로 「유리·부코프」의 「피아노」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그날 밤 그는 「쇼팽」의 『환상곡 F단조 작품(0P)49』『소나타 B단조 작품(OP)58』「리스트」의 『장송곡』과 두개의 연습곡, 그리고 『소나타』등을 연주했는데 프로그램이 말해주듯 그의 연주는 아기자기하고 감미롭다기 보다는 젊음에 넘치는 열정과 다양한 테크닉과 더불어 스케일이 크고 깊이 있는 그런 연주였다고 기억된다.
나는 그의 연주가 끝난 뒤 그를 직접 만나볼 수가 있었는데 프랑스사람으로서 뜻밖에도 독일어를 잘 이해하였으며 무대에서 음악을 다룰 때의 심각하고 무게 있는 모습과는 달리 성격이 퍽 온화하고 수줍을이만큼 겸손해 보이는 데에 더욱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후 꼭 1년 만인 1966년11월3일 또 「프랑크푸르트·쿤스트·게마인데」의 초청으로 시민관에서 「유리·부코프」의「피아노」독주회를 개최하였는데 그때엔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브람스의 『헨델 주제에 의한 연주곡』프로코피에프『「소나타」6번』등이었다.
유리·부코프는 특히 젊은 층에 팬이 많아서 그의 독주회에는 대부분 대학생 또래의 젊은이들로 대만원을 이루곤 했다. 그에 대한 재미있는 한 에피소드로서 찬사를 아끼지 않은 어느 신문평 끝에 『부코프의 아름다운 모습과 건강한 모습 때문에 그의 연주가 더욱 돋보이게 되었는지 모른다』라고 쓰여있었다. 아무튼 「부코프」의 인기는 대단했다.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의 연주는 그의 예술이 얼마나 고전과 흡사한 순수함을 지니고있는가를 나타내주었고. 불꽃튀는 듯한 기교 속에서도 성실함과 확실한 자제력을 내포하고 있는데 이러한 것은 구체적이고 올바른 가치를 평가하기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는 것이다.
「유리·부코프」는 「바GM」음악으로부터 베토벤·「쇼팽」·브람스·「차이코프스키」·리스트·「슈만」더우기 「라벨」·「드뷔시」또한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퍼터리를 가지고있다.
「부코프」의 수많은 디스크 취입곡 중에서도 특히 가장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고 또 그를 오늘날의 능력 있는 「피아니스트」로서 밑받침되어 준 곡은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 곡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빈틈없는 기교와 끈질긴 인내력, 무엇보다도 강한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세계 순회연주를 하며 세계적으로 이름난 수십 개의 오케스트러와의 수많은 협연으로, 또 세계굴지의 유명한 콘테스트들, 가령 「제네바·콩쿠르」「마게리드 롱 콘테스트」「퀸·엘리자베드」와 「디머·콘테스트」에서 1등 상을 받은 그가 희망에 찬 이른봄 한국의 청중들의 가슴에 얼마나 뜨거운 감명을 불어 넣어줄 것인지 지난날의 그의 음악회를 회상해 보노라면 벌써부터 훌륭한 연주를 듣는 동안의 행복감에 젖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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