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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와 리턴매치, 그때 그 사람들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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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스위스의 알렉산더 프라이가 2006년 6월 24일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의 경기에서 부심이 오프사이드 깃발을 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골키퍼 이운재를 제친 뒤 쐐기골을 넣고 있다. [중앙포토]

‘7년 전, 그날의 패배는 잊어라.’

 대한축구협회는 15일 열리는 한국과 스위스의 평가전(오후 8시·서울월드컵경기장) 포스터 헤드라인으로 ‘7년 전’을 끄집어냈다. 2006년 6월 24일 하노버에서 열린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을 반추했다.

 당시 스위스 공격수 알렉산더 프라이(34·은퇴)는 후반 32분 부심이 오프사이드 깃발을 든 상황에서 쐐기 골을 넣었다. 한국은 1승1무로 16강 진출 가능성이 있었지만 오프사이드 논란 속에 0-2로 져 예선 탈락했다. 4개월 뒤 빌프리트 하이트만(독일) 국제축구연맹(FIFA) 강사가 K리그 심판강습회에서 “프라이의 골은 정당했다”고 정리했지만, 스위스전의 아쉬움은 아직도 국내 축구팬들 뇌리에 또렷하다.

 7년 전 그때 그 사람들은 어떻게 지낼까. 당시 SBS 해설위원이었던 신문선(55)씨는 프라이의 골에 대해 “오프사이드가 아니다”고 해설했다가 ‘매국노’, ‘스위스 해설위원’이라며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정확한 해설을 하고도 애국주의에 빠진 축구계의 극심한 비난에 밀려 마이크를 내려놓아야 했다. 현재는 명지대 교수로 재직하며 축구계에 쓴소리를 하고 있다.

 당시 아버지 차범근(60)과 나란히 MBC 해설위원을 맡았던 차두리(33·FC 서울)는 프라이의 골에 대해 “말도 안 됩니다. 이건 사기입니다”라고 흥분했다. 차두리는 올해 서울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이끌며 브라질월드컵 출전을 꿈꾸고 있다.

 박주영(28·아스널)에게 7년 전 스위스전은 악몽이었다. 당시 대표팀 막내로 월드컵 본선 경기에 첫 출전한 박주영은 전반 23분 하프라인에서 쓸데없는 파울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박주영의 파울로 얻은 프리킥이 센데로스의 골로 연결됐다. 이번 대표팀에 승선하지는 못했지만 박주영은 브라질행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당시 한국 수비수 최진철(42)과 부딪쳐 피투성이가 되면서 헤딩 결승골을 넣은 수비수 필립 센데로스(28·풀럼)는 이번 리턴매치에 나선다. 아스널·에버턴을 거친 센데로스는 여전히 ‘통곡의 벽’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7년 전 한국전에 나선 스위스 선수 14명 중 8명은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다. 센데로스와 유이하게 방한하는 트라퀼리오 바르네타(28·프랑크푸르트)는 A매치 70경기를 소화하며 스위스 간판 미드필더로 활약 중이다.

 홍명보(44) 대표팀 감독은 당시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로 스위스와 악연을 맺었다. 홍 감독은 지난해 런던올림픽 조별리그에서 스위스를 2-1로 꺾고 복수에 성공했다. 홍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올림픽에서 스위스를 이겨 괜찮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선배들과 팬들을 위해 복수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위스는 브라질월드컵 유럽예선을 1위로 통과하며 더 강해졌다. FIFA랭킹 7위로 한국(56위)보다 49계단이나 높다. 한국 역시 전력이 업그레이드됐다. 한국은 K리그 득점 1위(19골) 김신욱(25·울산)과 한국인 유럽 빅리거 최초로 해트트릭을 작성한 손흥민(21·레버쿠젠) 콤비를 앞세운다. 홍 감독은 1m97㎝ 장신 김신욱의 머리만 활용하는 ‘뻥축구’ 대신 공격수 간 간격을 좁혀 세밀한 플레이를 펼칠 계획이다.

 A매치 50경기를 뛴 이청용(25·볼턴)은 스위스전에 생애 처음으로 주장 완장을 찬다. 이청용은 9월 아이티전에서 페널티킥을 2개 유도했고, 지난달 말리전에서 2도움을 기록한 ‘홍명보팀 에이스’다.

오명철·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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