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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우유에 딸기 대신 식용색소로 색깔 내는 거 몰랐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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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동남구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바른 먹거리 교실에 참여한 봉명초등학교 5학년 1반 아이들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딸기 우유에 딸기가 안 들어가고 연지벌레에서 추출된 코치닐 색소로 딸기우유 색깔을 만든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13일 오전 11시. 천안시 봉명초등학교 영양교육실에 모인 학생들 사이에서 놀라움과 탄성이 터져 나왔다. 평소에 자주 마셨던 탄산음료의 당도를 알아보는 실험을 하던 학생들은 탄산음료에 들어가는 각설탕의 개수를 세어 보며 놀라워했다. 또 선인장과의 식물에 기생하는 연지벌레의 사진과 함께 연지벌레를 말려서 만든 코치닐 색소 분말이 딸기우유를 만드는데 사용한다는 설명에 다시 한 번 흥미로움을 나타냈다.

천안시 동남구보건소(소장 김기성)는 관내 어린이들에게 바른 먹거리의 중요성을 알리고 바람직한 식습관 형성을 위해 ‘바른 먹거리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달 31일 중앙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오는 28일 천안 새샘초등학교까지 천안교육지원청에서 추천한 총 9개 초등학교에서 방문 교육이 이뤄진다.

올해 처음 실시되는 이번 프로그램은 인스턴트에 길들여진 어린이들의 식생활을 바로잡고 성장기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식습관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계획됐다. 전문 건강 서포터즈가 학교를 직접 방문해 시청각 교재를 이용한 이론수업과 실험을 도우며 올바른 식습관 교육과 유해성분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중점적으로 익히게 된다. 합성색소 확인 방법과 식품 영양정보 확인 방법은 물론 ‘음식 싱겁게 먹기’ 교육과 ‘건강한 식품을 고르는 방법’까지 다양한 이론 교육이 함께 진행된다.

이날 수업은 탄산음료의 당도를 알아보는 실험을 시작으로 우리가 자주 접하는 음료의 인공색소 알기, 딸기우유의 비밀 알아보기 등 다양한 실험으로 이어졌다. 물과 설탕을 이용한 토마토 띄우기를 해서 탄산음료 한 컵에는 몇 개의 각설탕이 녹아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평소 자주 사 먹게 되는 음료수에 코치닐 색소 외에도 치자색소, 타르색소 등 수많은 식용색소가 들어간다는 사실은 어린이들을 놀라게 했다.

양모 실을 이용한 색소 실험을 할 때는 천연 색소와 달리 인공 색소는 물이 쉽게 빠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식품의 선명하고 먹음직스러운 색깔을 위해 들어가는 합성착색료와 식품의 향을 살려 식욕을 돋게 하는 합성착향료가 알레르기를 유발하고 아토피 같은 피부질환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어린이들의 흥미를 끄는 내용은 딸기우유의 대표적인 첨가물이 바로 인공 착향료와 색소라는 사실이었다.

수업을 진행한 이금희(51) 강사는 “식품첨가물에 대한 정보는 이미 다른 매체를 통해 많이 알고 있지만 어린이들은 직접 실험을 하면서 더욱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또 “색소나 식품첨가물이 몸 밖으로 배출되지만 일부가 몸에 남아 있다는 것을 인지시키며 음료 대신 과일이나 야채, 물을 섭취하도록 권유한다. 교육을 마친 후 가정에서 먹는 음식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고 식품을 선택할 때 신중해야겠다고 소감을 말하는 학생들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바른 먹거리 교실에 참여한 김준영(봉명초 5)군은 “연지벌레를 말려서 딸기우유 색소를 만들다니 정말 놀라웠다. 실험 마치고 마셔봤는데 사 먹는 우유와 맛과 향이 똑같았다. 이제부터는 우유를 살 때 영양성분표를 꼭 확인해야겠다”고 말했다.

이새봄(봉명초 5)양 역시 “탄산음료의 당도 알아보기 실험을 하면서 우리가 마시는 음료수에 얼마나 많은 설탕이 들어가는지 알았다. 앞으로는 음료수를 조금 덜 마셔야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동남구보건소 건강관리과 신순자 주무관은 “올해 처음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교육인데 어린이들의 긍정적인 반응에 놀라고 있다. 어릴 때부터 안전한 먹거리를 인식하며 자라게 되면 건강한 성장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며 “올해 시범적으로 실시한 후 내년부터는 초등학생뿐 아니라 성인들까지 교육 대상을 확대시켜 바른 먹거리의 중요성과 건강한 식품을 선택하는 일에 도움을 주고 싶다. 영양 정보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일을 생활화해서 평생 건강유지 능력이 향상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글·사진=홍정선 객원기자

◆코치닐(cochineal)=중남미 사막의 선인장에 기생하는 곤충인 연지벌레의 암컷에서 뽑아 정제한 붉은 색소로 카민(carmine)이라고도 한다. 예전에는 양모·명주에 홍색을 염색하는 데 사용되었는데 현재는 잘 쓰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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