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외교의 일원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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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지금까지 경제기획원·상공부·재무부 등 경제관계 부처가 전담해오던 대외 차관교섭이며 무역협정 등 모든 경제외교를 앞으로는 외무부가 전담하여 창구를 일원화하기로 했다. 지난 1월21일 국무회의에서 경제 기획원과 외무부간의 양해사항으로 이루어진 「경제외교의 일원화 방안」은 작보와 같거니와 이제까지 경제외교를 경제기획원·상공부·재무부 등 경제부처가 주관해왔기 때문에 외무부에서는 경제 외교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고, 또 타 국제교섭분야와도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 경제교섭이 외무부를 통하지 않고 행해져왔기 때문에 상당한 우호증진 등에 차질이 있었던 것을 시정하려는 것이다. 특히 조약이나 협정 등의 서명도 외무부가 하지 않고 경제부처에서 자의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외교절차에 어긋나는 점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전한다. 따라서 외무부는 경제 외교를 일원화해 주도록 누차 요청해온 것으로 들린다. 외무부의 주장 근거는 정부조직법이 「외교·외국과의 통상·조약기타 국제 협정」등은 외무부가 관장하도록 한데 근거를 두고 있다고 한다.
이제까지 우리 나라는 경제 개발 계획을 완수하기 위하여 경제 기획원을 두었고 경제 기획원은 『국민 경제의 종합적 개발계획의 수립과 발전, 예산의 편성과 집행, 국내 외 가용자원의 동원과 투자를 위한 계획의 종합적 조정, 국내외의 국제 기관과의 경제 협력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고 있기 때문에 차관 도입이나 국제기관과의 경제협력에 관한 사무는 경제기획원이 관장해야할 성격의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따라서 경제기획원이나 상공부·재무부 등이 경제 외교를 벌여서는 안 된다는 논리는 성립될 수 없다.
다만 우리 나라의 외교가 사실상 통상 등 경제외교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도 이것을 경제기획원이 전담하고, 군사외교는 국방부가 담당하는 등 각각 분류되어있기 때문에 외무부는 이들 부처의 뒤치다꺼리밖에 할 것이 없다는 불평이 외무부내에 팽배하고 있었던 것 같다. 현재 외무부에도 우수한 직원이 있기 대문에 경제 외교의 창구를 일원화하더라도 처리를 못해 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재무부나 상공부나 경제기획원이 벌여온 그동안의 통상교섭 경험이며 또 경제외교의 특성을 감안할 대 통상교섭이나 무역상담까지 반드시 외무부가 전담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갑작스러운 경제외교 창구의 일원화는 그렇잖아도 장해 요인이 많은 차관도입이나 통상협정에 있어 시간적 지연과 낭비를 초래할 수도 있으니 정부는 일원화의 장단점을 잘 검토한 뒤에 꼭 일원화가 필요한 것부터 점진적으로 행하는 방도를 연구하여야할 것이다.
우리 생각으로는 경제외교의 창구를 외무부로 일원화하기 위하여서는 경제기획원이나 상공부·재무부의 통상 교역 「베테랑」을 외무부로 전직시켜야 할 것이요. 그러고도 부내 협동의 결핍으로 마찰이 생길 가능성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외교의 지연은 우리 나라 경제발전에 많은 손실을 가져 올 것은 명백하다.
정부는 이와 같이 중대한 사안에 대하여 졸속을 피하고 경제기획원이나 재무부·상공부의 이제까지의 경험을 살려 이들에게 경제교섭을 시킨 뒤 이것을 정리 조정하여 조인이나 서명하는 부분을 외무부에서 일괄해서 하도록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한다. 정부는 경제 외교의 일원화를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외무부와 경제기획원이며, 경제부처간의 상호협의를 통하여 원활하게 운영하는 방향으로 노력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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