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공무원들에 「모국어 구출령」|파리=장덕상 특파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프랑스」어를 구출하자』던 「드골」 전 대통령의 구호가 드디어 실현에 옮겨지고 있다.
최근 「프랑스」정부는 「프랑스」어의 순수성을 해치는 외래어 특히 영·불 합성어 「프랑글레」 (franglais)를 추방하고 대신 이에 맞는 「프랑스」어를 찾기 위한 대책을 정식으로 구체화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 첫 단계 조치로 「자크·샤방-델마스」 수상은 우선 각 관공서에 지시문을 하달, 불필요한 외래어와 이에 대체할 「프랑스」어를 찾아내 보고할 것을 강력히 지시했다.
외래어에 대체할 알맞은 어휘가 결정되면 앞으로 「프랑스」 공무원들은 공문서·성명서·계약서 등 모든 서류에 외래어를 사용하지 못 하게 된다고 「샤방-델마스」수상은 선언했다.
이것은 아름다운 「프랑스」어가 『돼지에게 말할 때나 적당한 (영어), 또는 말(마)의 말 상대로나 알맞을 (독어) 외국어에 의해 더럽혀지고 있음』을 통탄한 「드골」이 「프랑스」어 구출 운동을 시작한 이래 최초의 본격적인 조치인 것이다.
「프랑스」 국민의 이 같은 모국어 편애 벽은 사회 양상의 다양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외래어가 많이 도입되고 있는 까닭도 있지만 영국의 구주 공동체 (EC) 가입에 따라 「라이벌」인 서독 「네덜란드」등이 EC 공용어로 「프랑스」어 보다는 영어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특히 최근 「이탈리아」에서 실시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이탈리아」 국민은 확대된 EC에서 사용될 제1공용어로 「프랑스」어 보다는 영어가 채택되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프랑스」인들은 더욱 시무룩해졌다. 「샤방-델마스」수상은 부족한 어휘를 주조하고 불필요한 외래어에 대체할 어휘를 찾아내기 위해 「어휘 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