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북괴 각서무역합의|정가에 준 충격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회가 공전하고있는 속에서 국회외무위만은 꼭 하루 회의를 열어 일·북괴 간의 이른바「각서무언」 문제를 협의했다.
신민당이 국회 문을 열기는 했지만 공화당이 출석을 거부해서 본회의 유회가 반복되고 있을 때 평양을 방문한 이른바 일조의원연맹대표단이 일·북괴통상대표부설치를 비롯한 무역확대에 합의했다는 「뉴스」가 전해져 정가에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신민당은 이 「뉴스」가 전해진 24일 서면으로 외무위소집을 요구했다. 공화당은 신민당이 단독 소집한 국회를 전면적으로 거부하고 있었다. 그러나 초당외교를 내세워온 공화당으로서는 소집이유가 뚜렷한 외무위마저 거부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동원외무위원장은 일단 외무위소집을 공고하고 25일 혼자 외무위에 나가 『가까운 시일 안에 회의를 열겠다』 고 약속했다. 그런 뒤 이동원외무위원장은 백 남구당 의장을 만나 『국회를 누가 소집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회가 지금 무엇을 해야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면서 외무위회의를 성립시킬 것을 건의해서 회의는 26일에야 열리게 됐던 것.
신민당의원 7명(김홍일·유진산·김영삼·양일동·정일형·송원영·오세수)과 공화당에서 3명(이동원 위원장·박준규·장덕진)이 참석해 열린 외무위는 김용식 외무장관으로부터 일본·북괴간의 무역확대조치의 경위를 들었다. 김 장관은『일조의원연맹의 북괴방문단은 사회당4명, 민사당2명, 공명당2명, 공산당1명』이라면서 5분만에 보고를 끝냈다.
보고가 간단히 끝나자 신민당에서는 불만이 쏟아졌다. 송원영 의원은『신문에 보도된 내용보다 더 간략하다』면서『김 장관은 일본의 북괴방문단엔 야당의원 뿐인 것처럼 말했는데 단장인 「구노」의원이 자민당소속이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자 김 외무장관은『질문을 하면 거기에 맞춰 답변하겠다』면서 『「구노」의원은 자민당소속이지만 개인자격이기 때문에…』 라고 넘겼다.
다시 김영삼 의원이『「구노」의원은 「사또」수상의 직계인데 무슨 소리냐』고 하자 김 장관은『「구노」의원은 개인자격이고 자민당에서 당명을 어기고 북괴에 갔다해서 징계까지 하겠다고 하잖습니까』고 했다.
김 장관은 주일한국대사관을 통해 ▲일본정부는 일·북괴간의 통상대표부설치를 고려해 본 일이 없다. ▲연불수출은 중공과도 아직 실시하고 있지 않은 형편인데 북괴에 허가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고 했다.
특히 김 장관은 일본의원대표단이 정부대표도 아니고 소위 합의사항도 일본정부의 뒷받침이 없는 한 탁상 공론에 불과하다는 낙관론을 폈다.
김 장관은 한일기본조약은 한반도의 유일 합법 정부는 한국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과 북괴간의 정부「레벨」의 교섭은 이 기본조약에 위배되며 우리는 이 조약을 근거로 일본의 대 북괴정책에 대해 언제든지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할 권리를 갖는다고 했다.
그러나 의원들은 이번 경우도 일본이 중공과 무역교섭을 시작했을 때와 흡사하다면서 우리정부가 일본정부에 기만당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했다. 의원들은 일조의원 연맹결성 등 일본일부에서 일고있는 북괴접근「무드」에 대해정부는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있으며 당 장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그런「무드」로 인한 장래문제의 우려는 심각하다고 했다.
김 장관을 상대로 한 3시간의 질문 뒤 외무위는「대 정부건의문」을 채택했다.
정부의 「항의」외교는 27일에 열린 공화당당무회의에서도 화살을 받았다.
윤석헌 외무차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뒤 장경순 국회부의장은『얼마 전 어느 외국인이 불에 타지 않는 의복을 입은 것을 보고 어느 연구기관에 알려서 연구 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했으나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일본의 어떤 기술자가 이것을 알고 일본에 데려가서 그 내연성 섬유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일이 있다』 는 예를 들면서『정부가 사전에 일본·북괴간의 각서무역에 관한 정보를 입수치 못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마졌고 구태회·김용태 의원 등도 보다 적극적인 외교활동을 촉구했다.
그러나 공화당당무회의는 외교적 호혜정신을 발휘해서 신형식대변인을 통해 『한·일간의 우호관계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대일 적극 외교를 벌이도록 정부에 건의한다』고 발표했다.
당무회의에서는 정부뿐 아니라 민간 「레벨」의 외교활동을 벌이는 문제도 검토했는데 백남억 당의장은『국가이익을 위해서는 여야가 보조를 같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야당에서 독자적으로 일본야당과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고했다.
지금까지 의원「레벨」의 접촉인 한·일 의원간담회엔 우리 나라엔 여야의원이 함께 참여하고있으나 일본에선 여당인 자민당 의원만이 그「멤버」이다. 의원들은 이 점을 뒤늦게 반성, 일본의 야당도 포함된 한·일 의원교류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작업에는 신민 당원들이 주동이 돼 있는 것 같다.
신민당의 중진급 몇 의원은 일본의 야당간부들과 친분이 있는 의원도 있고 이런 친분을 이용해서 신민당은 민 사당의원 4명에 대한 방한초청을 검토하고있다는 얘기다. <조남조 기자< p>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