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 예산의 축소집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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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정부안에서는 경기회복 책의 하나로 조세징수의 감축을 내용으로 하는 예산축소 집행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그 동안의 경기국면에 대해서는 정부와 업계간, 그리고 정부 각 내에서도 여러 가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었으나, 전기한 예산규모축소 논의는 차차 불황이 심화하고 있다는 쪽으로 정부안 의견이 집약돼가고 있다는 징조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정부일각에서도 이제는 불황국면을 인정하게되고, 그 대책으로서 태완선 부총리 같은 이는 경기불황을 위한 대책을 집행하겠다고 까지 밝히고 있는 것이다. 또 남 재무부장관도 조세규모의 축소조정을 내용으로 하는 예산조정을『협의 검토할 문제』라고 시인함으로써 경기대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각 내에서 움트고 있음을 시사하고있다.
우리는 정부자체가 불경기현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이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게된 것을 비록 늦기는 했지만, 적절하고 환영할 만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실효 있는 경기대책이 마련되려면 먼저 불경기의 근본 원인에 대한보다 분명한 구명이 있어야 할 것이며 동시에 우리가 처해있는 여건으로 보아 경기회복 책의 한계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를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우선, 불경기의 근본원인으로서는 그것이 차관원리금 상환 수요의 격증에 따른 금융상의 압박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사실을 무엇보다도 중시해야 할 것이다. 즉 지금까지 지나치다할 이만큼의 과잉투자를 계속해온 결과, 산업과 기업이 부실화해 가는 과정에서 어느덧 본격적인 원리금상원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 그 기본적인 애로라는 것이다. 최근 수년간 이러한 애로를 D/A·「유전스」·「리파이넌스」확대 등으로 연기 시켜 왔으나, 이제 그것도 한계성을 드려내고 있어 문제가 된 것이다.
둘째,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수입 의존적인 산업구조로 보아 수입을 늘려야 할 필요는 절실하다 하겠으나, 외환사정이 이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경기부양정책에는 스스로 한계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이처럼 구조적인 불황국면이 전개되고 있는 과정에서 재정의 계속적인 팽창은 민간부문의 상대적 위축을 불가피하게 할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불황을 촉진하는 원인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의 경기국면이 내포한 경제적 성격을 이렇게 규정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제한된 범위 안에서와 경기대책은 현실적으로는 조세감면이외에는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솔직이 말해서 우리의 평균 조세부담률은 17%수준에도 미달되는 것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차관기업·수출산업·정책산업 등 GNP성장과 밀접한 기업들은 대부분 조세감원대상임을 직시해야 한다.
그 위에 GNP의 30%를 차지하는 농어촌에는 실질적인 과세원이 없는 실정임을 주시해야 한다. 그러므로 세금을 내는 쪽의 조세부담률은 실질적으로 30%이상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것이며, 이처럼 고율의 조세부담 하에서 불황국면을 극복하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닐 것이다.
때문에 은행융자까지 알선해서 조세의 조상징수를 3백억 원씩이나 했어도, 근래처음으로 세수결함이 내국세 50억원, 관세 1백10억원이나 생겼던 것이며, 올해에는 그 폭이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는 추세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세감면의 길을 택하지 않고, 적자재정집행으로 경기를 부양시키러 할 때에는 악성 「인플레」와 국제수지악화라는 더욱 두터운 장벽에 부딪칠 수밖에 없을 것을 당국은 깊이 생각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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