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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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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사랑처럼 아름다운 것도 없다. 그러기에 아름다움을 기리는 시인들이 가장 많이 노래한 것도 사랑이다.
「사랑」처럼 마력을 지닌 말도 없다. 사랑이란 이름 아래선 모든 것이 용서받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랑처럼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누구나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사랑이란 이름아래 저질러지는 범죄도 여간 많지 않다. 사랑이 모든 것을 용서해줄 수 있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랑처럼 여러 개의 탈을 쓰고 있는 것도 없다. 사랑의 본체를 찾아냈다고 할 때에도 어쩌면 그 환영만을 밟고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더우기 사람은 누구나 독선적 성격의 일면을 가지고있기 마련이다. 또 그만큼 편견에 차 있기도 하다. 특히 사랑에 있어서는 그렇다. 자기의 사랑만이 언제나 가장 아름답다고 여기기 쉽다. 그러니까 남의 사랑은 그만큼 추하게 보고 싶어한다.
최근에 일어난 한 여우의 사건도 예외는 될 수 없다.
어느 신문이나 그녀는 자신이 저지른 사건을 아름답게 봐달라고 호소했다는 말과 함께「6세 연하」, 「동준중」, 「재벌의 아들」이라는 세 가지 사실을「클로스업」시키고 있다.
연소란 불륜을, 동준은 치정을, 그리고 재벌은 부패와 퇴폐를 각각 연상시키기 쉬운 말들이다. 모두가 깨끗한 사랑으로부터 멀리해 주는 조건들이다. 여기에 또 배우라는 직업이 강조 되고있다. 어느 나라에서나 배우의 세계에서 진실한 사랑을 찾기는 어렵다는 게 상식처럼 되어있다. 방향이라고 유별난 예의가 될 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 자신은『사랑했기 때문에 거짓말했다』고 고백했고,『아름답게 보아 달라』는 말도 했다.
오해와 착각에서 사랑은 이뤄진다고 누군가 말한 적도 있지만 사랑은 생각하는 게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어느 한 순간에 사랑한다고 느껴질 때 사랑은 생긴다. 따라서 사랑에 있어서는 그런 순간이 소중하다. 그녀의 경우에는 혹은 남자를 덮어주고 자기가 죄를 뒤집어써야겠다고 느낀 순간에 사랑이 싹텄는지도 모른다. 이것은 사실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혹은 주인을 감싸준 식모나 운전사도 같은 심정에서였는지도 모른다. 이것은 또 그들만이 아는 일이다.
그러나 사랑에 있어서는 그런 순간에 느끼는 정념을 어떻게 키워 나가느냐는 게 또한 소중하다.
사랑이란 키워나가야 하는 것이란 얘기가 바로 이런 것이다. 동시에 사랑은 어디까지나 상호적인 것이라야 한다. 아무리 그녀가 사랑을 내세운다 하더라도 돈1백50만원으로 마음의 부담을 덜려는 심리가 남자에게 있는 한 모든 게 더럽혀지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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