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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진 「동점」 진땀 뺀 사정|전기고교 합격자 발표에|「커틀라인」 동점 2백명까지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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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쉬운 출제의 여파…찬·반의 시비>
서울시내 대부분의 전기고교 합격자가 22일까지 발표됐다. 이번 입시의 발표분석결과 문제가 쉬웠던 탓으로 「커틀라인」이 예상보다 높은데다 「커틀라인」에 걸린 동점이 예상외로 많이 쏟아져 나와 학교별로 동점자 판정기준에 따라 당락을 결정짓느라고 학교당국자는 사정에 진땀을 뺐다. 이 같은 쉬운 문제의 출제는 찬·반 시비를 불러 일으켜 찬성자는 과외수업폐단을 없애는 등 수험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잘된 처사라고 주장하고있으나 반대하는 측은 같은 학과 총점수에도 특정과목이나 체능점수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는 것은 면학의욕을 줄이고 시험이란 본래 의의를 등진 처사라는 견해를 보였다.

<과외폐단 없앤다-찬성|시험의 의의 없어-반대>
22일 정오까지 합격자가 발표된 학교를 상대로 본사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커틀라인」 이 높은 세칭 일류고교 일수록 「커틀라인」에 걸린 동점자가 많아 최고2백여명이 걸려 절반이 넘어 떨어지는 학교가 생기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날 학교별로 밝혀진 「커틀라인」동점자수와 그 중의 불합격자수를 보면 경복고가 2백여명에 1백50명, 경희고 40명에 7명, 서울사대부고 남자의 경우 55명에 33명, 숙명여고 36명 중 13명, 창덕 여고 30명에 15명, 덕성여고 30명에 27명이며 철도 고교도 30명의 동점이 나타났다.
이밖에 경기고·서울고·이화여고 등도 1백명 이상이, 그 밖의 학교도 수십 명씩의 동점자가 당·락으로 갈리는 현상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쉬운 문제 출제에 대한 교직자의 견해들은 다음과 같다.

<계속 쉽게 출제해야>-김진락(배재고 교사)=문제가 쉬웠다지만 만점은 많지 않은 것은 주목할만하다.
계속 쉽게 출제하되 출제기술을 향상시켜 공부 잘하면 붙고, 못하면 떨어지는 시험이 되어야한다.

<행정적인 「미스」다>성내운(연세대교수)=수험생들의 노력과 두뇌를 공정히 가려내야 하는 것이 입학시험의 큰 과제이다. 「커틀라인」에서 반수가 떨어졌다면 큰 행정적인 「미스」이다.

<체능배점은 낮춰야>주왕산(중앙중교장)=이번 시험은 문제가 너무 쉬워 학생개개인의 능력 차를 알기 어렵게 되었다. 내년부터는 전문제의 3분의1은 좀 어렵게 내야되겠고 체능배점도 낮춰야 한다.

<책대로 출제 시정을>주월영(수도여고교장)=과외수업 없애고 학교평준화를 기한다는 당국의 기본적인 방침은 찬성하나 책에 있는 대로 출제한다는 것은 다음 번에는 반드시 바꿔야할 문제점이다.

<면학의욕 적어진다>신용우(휘문 중 교무주임)=문제가 쉽다는 것은 학생들의 면학의욕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시험본래의 의의대로 학생들의 우열을 가릴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한다.

<능력 가릴 수 있어야>이성진씨(서울사대교수)=시험문제가 학생을 고르는 판별도가 없다면 무의미한 것이다. 쉽게 내야한다는 원칙은 찬성하나 얼마라도 학생의 능력을 가릴 수 있는 문제가 포함되어야한다.

<합격·불합격…희비의 쌍곡선|기쁨의 「목마 태우기」와 「울음바다」>
서울고교를 「스타트」로 21일 하오부터 전기고교합격자가 발표되었다.
경기여고·이대부고·덕성·용산·경복 등 22일 낮까지 30여개 학교가 합격자를 발표하여 무시험 중학 진학생들의 고교진학결과가 밝혀졌다.
발표가 있는 학교앞길은 수험생과 부형들로 길이 막히고 합격·불합격의 희비가 순간에 엇갈렸다.
합격자들은 기뻐서 부형들이 목마를 태우는가하면 가족들과 기념사진을 즉석에서 찍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낙방한 응시생들은 고개를 떨어뜨리고 힘없는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교문 앞에는 자가용대열로 교통혼잡을 이뤘고 공중전화 「박스」는 합격의 기쁨을 알리려는 응시생과 가족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발표가 늦어진 학교 문은 굳게 닫혔는데도 새벽 일찍부터 부형들이 몰려 『발표를 언제 하느냐』고 조바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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