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시장 선점의 지름길, 협력사를 강소기업으로 키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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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삼성전자는 올 2월 14개 협력업체를 ‘올해의 강소기업’으로 선정했다. 2015년까지 50개 업체를 강소기업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이들 업체는 개발 자금 42억원을 무상으로 지원받고, 설비투자와 운전자금 용도로 1000억원을 저리 융자 받는다. 롯데건설은 품질 평가 등을 통해 우수협력사를 선정하고, 필요할 경우 선급금과 긴급자금을 지원한다. 원가를 절감하면 절감된 비용의 최대 50%를 연구개발비로 지급하기도 한다.

 협력 업체를 강소기업으로 키우기 위한 대기업의 노력이 확대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2일 대기업의 절반(45.7%)이 협력사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전경련 조사에 응한 46개 대기업 중 21개 기업이 295개 협력사를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5년 후인 2018년이면 육성 프로그램 운영 대기업이 34곳으로 늘어나 지원을 받는 협력업체 수는 552곳으로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의 도움을 받다 보니 이런 협력업체는 다른 업체에 비해 실적도 좋다. 두산중공업이 운영 중인 ‘협력사 경쟁력 강화 지원단’의 자문을 받은 업체는 지난 1년간 제조원가를 평균 83% 줄이는 성과를 냈다. 전경련 조사에서도 육성 대상인 협력사의 연 평균 매출액 증가율(2008~2012년)은 10.3%에 달했다. 우리나라 전체 산업의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8.6%다. 이 협력사들의 영업이익 증가율도 연 10.2%로 일반적인 경우(3.4%)의 세 배 수준에 달했다.

 이 같은 상생 확산은 대기업에도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응답 대기업의 38.2%는 “협력사가 기술력과 마케팅 역량을 갖추면 대기업의 시장 선점이 수월해진다”고 답했다. 또 대기업들은 운영 자금 지원보다 연구개발이나 설비투자 같은 자생력을 높이는 지원을 확대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37%)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성과가 나고는 있지만 갈 길은 멀다. 대기업은 육성하고 있는 강소기업의 경쟁력을 평균 73.7점(외국 기업 경쟁력을 100으로 평가)이라고 평가했다. 양금승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소장은 “원가·품질 경쟁력에 비해 마케팅 능력(61.6점)과 혁신 의지(72.9점)가 낮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해외 업체와 경쟁해 이길 수 있는 강소기업을 많이 키워야만 제2의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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