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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뷔페, 얼굴을 바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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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외 브랜드 물을 무제한 제공하는 호텔 뷔페가 늘고 있다. 롯데호텔 라세느 직원이 무료로 제공하는 브랜드 물 2종을 카트에 담아와 고객에게 어떤 것을 선택할 지 묻고 있다. 김경록 기자

뷔페가 달라졌다. 일부 초특급 호텔에 한정된 얘기긴 하지만 음식 가짓수를 줄이고 질을 높였다. 특히 물이 달라졌다. 주전자에 생수를 담아 서빙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값비싼 해외 브랜드 물을 병째 서빙한다. 또 음식을 직접 골라먹는, 뷔페 고유의 편리하면서도 불편한 방식만 고집하는 데서 벗어나 주방장이 직접 고객 테이블에 요리를 서빙하는 등 서비스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눈높이가 높아진 고객을 계속 붙잡아두기 위한 전략이다. 뭐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살펴봤다.

1. 신라호텔 더 파크뷰의 딤섬 2. 롯데호텔 라세느의 스시 3. 인터컨티넨탈서울 코엑스 브래서리의 대관령 한우 스테이크 4. 그랜드하얏트서울 테라스의 바비큐 5. 플라자호텔 세븐스퀘어의 전채 요리 6. 웨스틴 조선호텔 아리아의 그릴(양갈비·전복·쇠고기 등심) 요리

뷔페는 호텔 안 레스토랑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연령대 다양한 가족이 다 함께하기에 무난해 모임 장소로도 인기다. 롯데호텔서울 식음팀 홍성원 팀장은 “6개 레스토랑 중 뷔페 레스토랑 라세느 매출이 30~40%정도 높다”고 설명했다. 신라호텔 식음기획 전현진 과장도 “뷔페인 더 파크뷰 매출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각 호텔이 리노베이션할 때마다 뷔페 규모를 키우거나 좋은 자리로 옮기며 인테리어에 투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라호텔은 2009년 리노베이션 당시 236석에서 305석으로 확장했고 롯데호텔서울은 2011년 지하 1층에서 지상 1층으로 옮겼다. 웨스틴조선호텔도 지난달 뷔페 레스토랑 아리아의 좌석 수를 늘렸다. 규모만 키운 게 아니라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나 볼 수 있던 고급 메뉴 종류를 늘렸다.

브랜드 워터, 뷔페 얼굴로 떠오르다

 물도 골라먹는 시대가 된 때문일까. 고급 해외 브랜드 물을 무제한 무료로 제공하는 곳이 늘고 있다. 웨스틴조선호텔 아리아의 박항원 지배인은 “물은 고객이 자리에 앉자마자 제일 처음 서비스받는 것이라 호텔 이미지와 직결된다”며 “일반 생수를 줄 때와 달리 고객이 대접받는 기분을 느끼게 해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아직은 한 종류 물만 제공하는 곳이 대부분이지만 점점 물 종류를 늘려가는 분위기다. 유료이기는 하지만 롯데 라세느는 지난달 레스토랑 한쪽에 워터 바를 열어 물 24종을 판매 중이다. 홍 팀장은 “유럽·미국·일본 등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사람과 20~30대 젊은 여성층이 주로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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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키친, 현지인 요리사, 최고급 요리

 뷔페가 미리 만든 음식을 낸다는 건 옛 얘기다. 대부분 음식 앞 오픈 키친에서 셰프가 즉석에서 요리해 준다. 인터컨티넨탈서울 코엑스 브래서리의 한기완 지배인은 “기존 뷔페는 고객이 원하는 음식을 종류별로 골라먹는 재미만 있었다면 지금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처럼 오픈 키친에서 요리한 음식을 테이블로 서비스한다”고 설명했다.

 육류·생선 등을 즉석에서 잘라 구워주는 카빙(carving) 서비스를 하는 곳도 늘고 있다. 인터컨티넨탈 브래서리는 대관령 한우를 준비해 고객이 원하는 부위를 즉석에서 잘라 구워 자리까지 갖다준다. 그랜드하얏트서울 테라스도 쇠고기·돼지고기·양고기나 생선의 원하는 부위를 얘기하면 주방장이 즉석에서 잘라 구워 소스와 함께 내준다.

 현지 맛을 제대로 내기 위해 각국 셰프가 상주하는 건 기본이다. 신라 파크뷰 인기 메뉴 중 하나인 북경식 오리(베이징 덕)는 베이징의 유명 전문점인 취안쥐더(全聚德)에서 영입한 조리사가 요리한다. 평일 하루 30마리, 주말엔 50~60마리가 소진될 정도로 인기다. 조선 아리아에서는 인도 주방장이 네 가지 커리를 선보인다.

 푸아그라·킹크랩·랍스터 등 고급 식재료도 점점 많이 사용한다. 신라 파크뷰는 푸아그라를 통으로 구어 제공한다. 전 과장은 “만든 지 한참 지난 요리나 원가 맞추기용 싼 메뉴를 섞어 가짓수만 늘린 뷔페는 이젠 살아남지 못한다”며 “고급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는 최고 퀄리티 요리를 즉석에서 바로바로 제공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셰프가 요리 직접 서빙…코스 요리로 주기도

 뷔페의 기본은 셀프 서비스다. 그러나 뷔페의 이런 가장 기본적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롯데 라세느는 셰프가 당일 메뉴 중 가장 특별하고 신선한 요리를 가지고 직접 테이블을 찾아가는 게리동(Gueridon·테이블) 서비스를 한다. 플라자호텔 세븐스퀘어의 셰프 스페셜 역시 매달 다른 메뉴를 주방장이 직접 테이블까지 가져다주는 서비스다. 신라 더 파크뷰도 거동이 불편한 고객을 대신해 담당 서버가 원하는 음식을 담아준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인기 메뉴를 코스로 구성해 테이블에 갖다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조선 아리아의 에볼루토(Evoluto)다.

 또 웰빙·힐링 열풍으로 채식과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과거엔 인기 없던 채소 섹션을 늘린 곳도 많다. 플라자호텔 세븐스퀘어의 오창욱 총괄 주방장은 “음식 양보다 질에 우선 순위를 두거나 저칼로리 건강식을 찾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사계절 내내 샐러드바에 신경쓰고 있다”고 했다. 유기농 식재료를 찾는 고객이 늘면서 조선 아리아는 리뉴얼 이후 유제품과 계란 등을 친환경 유기농 제품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롯데 라세느는 낫또·자연송이 등 건강 식재료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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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심(女心) 잡으려 디저트·과일 고급화

 요즘 뷔페는 메인보다 디저트가 풍성해야 제대로 평가받는다. 그랜드하얏트서울 조리부 권희열 차장은 “소식(小食)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한 접시 가득 담아 먹던 과거와 달리 디저트를 메인 요리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이 늘었다”고 디저트 섹션을 강화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뷔페 주요 고객층이 여성이라는 점도 디저트 섹션이 늘어나는 또 다른 이유다.

 신라호텔과 그랜드하얏트는 디저트 섹션을 아예 2개로 나눴다. 전 과장은 “디저트는 여성 고객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섹션 중 하나”라며 “메인은 자제하고 디저트만 2~3접시씩 갖다 먹는 여성이 많다”고 했다.

 디저트뿐 아니라 음료와 과일 종류도 다양해졌다. 식혜·수정과 등 전통 음료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신라와 플라자는 바리스타가 상주하며 고객 기호에 맞춰 커피를 추출해준다.

송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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