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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7)외조모 살해와 환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이 가정은 여러 학자들의 이론이기도 하지만 나의 오랜 교육생활의 경험으로도 들어맞는 정설이다. 도시에서 자란 어린이와 농촌에서 자란 어린이, 또 농촌 중에서도 산간벽지와 해변가에서 자란 어린이는 그 성품과 사고방식이 크게 다르다. 제아무리 천성이 온순한 어린이도 거센 파도가 치는 해변가에서 어선을 타고 고기를 잡기도 하며 자란 어린이는 자연 성격이 사나와 지기 쉽다. 또 아무리 포악한 인간이라도 산간이나 인심 좋은 농촌에서 성장했다면 자연히 순박 온순형이 될 수 있다. 어릴 때 영화나 만화, 탐정소설을 많이 보면 몽상형의 인간이 되기 쉽듯이 복잡하고 고달픈 도시생활을 계속하면 인정이 메마르고 신경질형이 되기 쉽다고 본다. 따라서 인간은 성장과정 여하에 따라서 영웅행, 흥분충동형, 고집형, 낭만형, 지리멸렬형 등등으로 형성되지 쉽다. 외할머니를 살해한 최군을 볼 때 성장과정이 좋지 않았고 부모들의 따뜻한 사랑을 못 받고 자랐다고 한다. 항상 냉대 속에서 가정과 학교,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제대로 보호도 못 받고 자랐다. 또 주위의 동료들은 불량배였다. 더우기 가정이 빈곤하여 먹고 싶고 입고 싶은 것들이 많았고 허욕도 생겼을 것이다. 이러한 여러 환경이 그에게 끔찍한 일을 저지르게 한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본다. 우리 나라에 수천년 동안 내려오는 아름다운 풍속, 예의를 중시하고 조상과 웃사람을 숭배하는 도덕율을 이 소년에게 조금이라도 불어넣어 주었더라도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이번 최군의 사건을 계기로 무관심했던 자녀들의 가정교육을 더욱 알뜰히 하고 사회순화에 정부나 개개인 할 것 없이 힘써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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