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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유명한 「아르키메데스」보고 당시의 왕이 기하를 빨리 배울 수 있는 길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에 대해서 「아르키메데스」는 『기하에 왕도는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즉 기하를 배우기 위해선 공리와 정리 같은 것을 순서에 따라 철저히 이해하면서 차근차근히 문제들을 풀어가야만 「마스터」되는 것이지 그밖에는 첩경이 없다는 뜻에서 그렇게 대답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하에 왕도 없듯이 과학기술을 이해해 나가는데도 지름길이 있을 수 없다.
특히 과학기술에 취미는 없지만 시대적인 필요성에 따라 마지못해 읽으려는 사람일수록 읽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모색하고 시험하고 할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 비단 과학기술서적에 한해서 뿐 아니고 모든 서적을 읽는데 있어선 정독이냐 남독이냐 미독이냐 속독이냐 다독이냐 소독이냐 등등 독서의 방법이 으례 문제로 제기되게 마련이다.
정독, 미독, 반복독을 하는데 있어서는 첫 번은 쭉 속독을 하여 그 내용과 「아우트라인」을 대강 파악한 다음 천천히 정독, 미독을 되풀이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서도 문제를 가지고 발견적으로 읽되 광범위하게 계통적으로 과학기술서적을 읽으면 더욱 효과가 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몇 가지 색의 연필이나 「볼·펜」을 준비해두고 또한 여러 가지 기호(중요한 곳은 ○ 또는 ◎, 기억을 요하는 곳은 △, 다시 그 부분만 얽어야 된다는 곳은 □를, 틀렸다고 생각되는 곳은 ×, 의심스러운 곳은?, 유쾌한 곳은 ! 등)를 정해두고 1회 독 때는 「블루」, 2회 독 때는 「레드」, 3회 독 때는 「블랙」 등으로 기호를 그려 나가면 더욱 좋을 것이라는 독서의 「베테랑」이 있다.
옛날부터 중국에는 독서백편(번)에 뜻이 저절로 통한다는 독서훈이 내려오고 있다. 과학기술 서적을 읽는데 있어선 특히 지켜야할 교훈인지 모른다.
언젠가 일본정보산업협회 회장직 등 40여개의 직책을 갖고있는 도섭수삼 박사가 내한했을 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일본의 대「컴퓨터·메이커」인 부사통 사장으로 취임한 어떤 70세 된 사장이 자기는 「컴퓨터」에 대해 문외한일 뿐 아니라 인문계 대학출신이라 새롭게 공부해야 되는데 무슨 책을 우선 읽어야 되느냐고 묻더라는 것이었다. 그에 대해서 도섭박사는 「반도체」(암파신서)를 읽으라고 권했다고 한다.
그 뒤 그 노 사장을 만난즉, 권해준 그 책을 48회 읽었더니 훤히 이해가 됐고 그 뒤부터는 관계되는 딴 기술서를 그리 힘 안들이고 읽을 수 있게 됐다고 감사를 하더란다. 유연한 머리를 가진 젊은 사람이면 그렇게 노력 안해도 더 깊이 알게 될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다음과 같은 독서훈을 항상 머리에 두고 과학기술서적을 독파해 갈 일이다.
『독서의 법에선 5책을 1번 읽는 것 보다 1책을 5번 읽는 것이 좋다. 1책을 5번 읽는 것보다는 반책을 10번 읽는 것이 좋다. 반책을 10번 읽는 것보다는 2∼3행을 20번 읽는 것이 좋다. 2∼3행을 20번 읽는 것 보다 1구를 40번 읽는 것이 좋다.』
과학기술서적을 읽는데 있어선 과학사전이라든지 대백과사전 같은 것을 통해 용어나 배경 같은 것을 자주자주 확인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주의할 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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