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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갑 겸한『한국복식사』출간 기념회 갖는 석주선 교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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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30년 가까이 우리 나라 고유 의상을 연구해 온 석우선 교수(덕성여대·가공사)가 4·6배 판 7백80면에 달하는 역 저『한국복식사』를 드디어 천간, 30일 하오 6시 회고기념회를 겸한 출판기념회를 서소문 동 동화 빌딩 16층「홈」에서 갖는다.
원래 서양의복을 전공했던 석교수가 우리 의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6년 전인 해방직후.
한복이 지녀온 전통과 시대적인 배경을 알고싶어 문헌과 추물을 모으기 시작했다.
『마치 구슬을 실에 궤 넣는 마음으로 반생을 바쳐 모아온 유물의 사진을 찍고 그것에 설명을 붙이고 문헌을 한줄 한줄 인용했다는 석 교수는 의복에 관한 한 줄의 글귀를 발견하기 위해 도서관을 전전하는 동안 무척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됐다고 회고한다.
막연히 역사책과 여러 가지 잡문을 읽으면서 의장에 관한 기록을 찾을 수밖에 없었지만 석교수가 『한국복식사』에 이용한 문헌은 수백 권이 넘고「킬라」사진 30면과 흑백사진 5백 면에는 1천4백여 점의 작품이 담겨있다.
의복과 같이 섬유제품은 평조시대 이전의 것으로 남아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석교수의 연구는 이조의 의상이 중심이 되고 있다. 남녀의 의상과 관·신발·장신구의 변천, 그리고 세부적으로는 의상의 색깔·깃·고름의 길이·쪽진 모양·저고리 길이의 변화까지 취급하고 있다.
『의상은 그 시대를 반영하고 민족정신까지 표현한다』고 말하는 석 교수는 나라의 홍망성쇠에 따라 의상생활에도 흥하고 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말한다.
쉬운 예를 들면 이조 중엽 당파싸움이 극심할 때에는 노론과 소론 양파의 의상은 서로가 구별할 수 있을 만큼 차이가 있었고 외세의 침입으로 질서가 문란했던 고종 때의 여자저고리는 거의 앞가슴이 노출될 만큼 짧게 입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평화롭지만 미개했던 시절의 의상은 남녀 모두가 통이 넓고 길이가 긴 큰 의상을 입는 경향이었다.
비로소 이조에 들어오면서 우리 나라의 의상은 아름다운「A라인」의 선을 살리게 되고 치마허리와 의상의 보일 듯 말 듯한 노출의 멋까지 찾을 정도로 발전했다고 풀이하는 석 교수는 우리 나라 여성들이 한복의 고유한 모습을 찾아 지켜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양장도 한복도 아닌 절충식 의상이 제일 보기 싫은 옷이라는 그는 한국복식사가 이 분야의 학자나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여성들의 의생활을 일깨워주기를 바란다면서 특히 예술인들이 역사물을 다룰 때 정확한 용어와 의상표현을 하는데 이 책의 도움을 받는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정영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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