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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진통 겪는 경기단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한국스포츠의 근원적 고질인 경기단체들의 진통은 71년에도 예년과 다름없이 혼란의 연속을 탈피하지 못했다.
오히려 금년은 한국스포츠의 치부인 경기단체들의 진통이 더 한층 농도가 짙었다는 점에서 뼈아픈 해였다.
아마스포츠의 총 본산인 대한체육회가 관장하고있는 경기단체는 총30개, 이중 항상 진통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는 단체는 비교적 인기종목보다 군소 종목 경기단체에서 일어나 곤한다.
해마다 이 경기단체 진통이라는 철새가 찾아드는 것은 집행부가 임기 만료되는 대의원 총회 때.
그러나 예년과 달리 때를 잃고 수시로 날아들어 혼 난의 와중은 자 뭇 극치 감을 이룬 것도 71년의 한국스포츠 경기단체였다.
30개 경기단체 중 육상·역도·사이클·유도·핸드볼·테니스·체조 등과 동계종목인 아이스하키·스키빙상연맹 등이 한결같이 혼란 속에 허덕였고 이밖에 메달박스인 아마복싱과 인기구기종목이라는 축구·농구·배구 등에서도 잡음은 일어났었다.
이와 같은 일부 경기단체들의 진통의 한결같은 공통점은 소위 단체의장인 회장선임 난이라는 것이다.
육상경기연맹이 김현옥 씨에서 정상희 씨로, 역도경기연맹이 문창탁 씨에게서 강병규씨로, 빙상연맹이 김재규 씨에서 조동하 씨로, 핸드볼이 김택하 씨에서 하용도 씨로, 스키가 전연수 씨에서 권형집 씨로, 체조가 김두철 씨에서 김영배씨로 회장이 옮겨지기까지는 진통의 아픔을 뼈저리게 치렀다.
특히 한때 국제무대에서 아마복싱과 함께 메달박스였던 역도는 지난 10월28일 문차탁 회장이『역도인의 생리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라는 회의적인 의사표명으로 자퇴하자 소위 역도 동호인이 등장, 집행부 불신기치를 들어 추잡한 집안싸움을 벌이기까지 했다. 결국 역도는 경기단체사상 유례없는 대의원자격 박탈및 징계까지 번져 사양길에 허덕이는 역도경기와 함께 서글픔을 안겨 줬다.
또한 핸드볼도 지난 전국체전 후 김택하 회장이 사임한 후『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핸드볼 사상 처음으로 치른 11월14일부터 28일까지 뮌헨올림픽 예선전은 동호인들의 구걸원정으로 땜질했다.
이런 진통은 소위 인기종목이 아니라는 점에서 큰 고초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대한체육회산하 30개경기단체중 팬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는 군소 경기단체들은 체육회의 가냘픈 경비보조로는 지탱할 수 없고 그 경제적 빈곤을 회장의 회사에 의존하는데 근본적 원인이었다.
일부경기단체들의 경제적 빈곤은 곧 회장추대와 직결, 경기단체운영을 회장에게 의존하는 실태여서 진통은 멎어지지 앉고 있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빙상은 북괴와 삽보로 올림픽에 대비 김재규 회장이 범국민적인 모금을 전개, 경제적 빈곤을 탈피한 힘찬 진전을 보였으나 일본 전지훈련 단의 추문과 빙상 인들의 잇단 험 구로 역겨움을 낳았으며 스키도 재일 교포 실업가 전연수 씨가 3년 동안 고국 스키를 위해 일해온 일념을 경기인 자신들이 잘 보좌하지 못해 미련 없이 떠난 결과를 낳고 말았다.
또한 사이클연맹은 11월에 박남표 회장이 사임한 뒤 회장물색을 위해 사이클연맹의 간판을 들고 유명인사를 찾아다니고 있지만 성과가 없다.
이밖에 체육인들의 지맥·인맥 등에 얽힌 파벌 의식과 고질적인 평행선은 암적 요소로 경기단체의 자폭을 빚고있으며 유도의 분규는 이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유도는 일부 인사들의 헤게모니쟁탈로 학생유도연맹에서 중-고 및 대학연맹 분리를 내세워 4월에는 대학연맹이 발족하고 5월에는 중-고 연맹이 다시 발족, 이의 인준을 거부한 유도회와 암투를 벌였다.
이런 풍토 속에서 지난9월 서독에 있는 제7회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 동메달 1개로 7위라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빚어 종주국의 체면은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아이스하키가 회장의 경제적 무능을 들어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듯이 군소 경기단체들은 항상 간판을 들고 부평초와 같이 저명인사 및 돈 있는 인사를 찾기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금년도 경기단체들의 진통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또 다음 진통을 기다리는 입장이 됐다. <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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