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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중공의 대아 정책|인·파전 종식|워싱턴=김영희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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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인도·「파키스탄」 전쟁이 인도의 군사적 승리로 끝난 것은 「닉슨」행정부의 「아시아」 정책, 특히 「닉슨·독트린」 수행에 당분간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이곳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군사적인 면에서 볼 때 인도의 독점적인 지배하에 있는 인도양이 소련의 막강한 영향권으로 들어가 소련이 계획하는 「아시아」 진출에 다시없는 교두보를 마련해 준 셈이다.
「브레즈네프·독트린」은 아직 막연하기는 하나 근본 목적은 지금까지 미국이 취한 것과 같이 중공을 「아시아」에서 고립시키는데 있다고 해석되고 있다.
중공을 고립시킨다면 소련이 「아시아」에 광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브레즈네프·독트린」의 이 같은 성격은 「닉슨·독트린」의 실행을 직접 위협한다. 「닉슨·독트린」에 의해 미국이 물러난 자리가 소련 손에 바로 들어간다는 전망이 뚜렷하다면 「닉슨·독트린」의 수정이나 지연이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동「파키스탄」이 인도와 소련의 영향아래 독립한 결과 인도가 소련의 강한 입김을 피하지 못하게 된 이상 미국과 중공이 받는 타격은 적지 않으며 세력 균형도 두 나라에 불가피하게 변경될 것 같다.
정치적으로 「닉슨」은 북경·「모스크바」 방문을 눈앞에 두고 협상 입장이 크게 약화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와는 상대적으로 소련은 미소 정상 회담과 「아시아」의 긴장 완화 문제에서 고자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소련의 입장 강화가 인·「파」 전쟁으로 형성된 미·중공 공동 보조를 계속시킬는지는 확실치 않다.
이러한 미·중공 공동 보조의 가능성 때문에 소련은 인·「파」전에서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미 고자세를 취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인·「파」전의 결과 가장 굴욕적인 타격을 받은 것은 중공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평가이다. 국경지대에서 소련의 직접적인 군사압력을 받는 외에 남부에서 인·소의 공동 견제를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난 직후 「파키스탄」 여러 곳에서 『중공은 우리와의 약속을 저버렸다』는 반 중공 「데모」가 일어난 사태만 봐도 중공이 안고있는 고민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사정이 그렇게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어느 「아시아」 관측자는 말했다. 「뱅글라데쉬」 청년 지도자들 중에는 친모 과격파가 많다는 사실을 이 전문가는 지적한다.
인도의 애당초 목표도 온건파인 「무지부르·라만」 영도하의 동「파」의 자치를 획득함으로써 친모 과격파의 득세를 통한 중공 영향력 침투를 견제하자는 구상이었다.
특히 중공은 중공·「파키스탄」 관계를 밀접하게 하는데 가장 적극적인 역할을 한 바 있는 「부토」가 「야햐·칸」을 계승한 사실에 고무되고 있다고 미국무성은 보고 있다. 이 같은 사정과 1천만 동「파키스탄」 피란민의 정착에 필요한 자금 사정을 고려할 때 패전으로 혼란에 빠진 「파키스탄」과 「뱅글라데쉬」의 재건과 개발 과정에서 미·소·인도·중공이 경쟁을 벌일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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