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색 한지로 꾸민 물고기등 켜면 방 안이 따스해져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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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은 오래된 친구입니다. 인류는 역사시대 이전부터 나무나 식물·동물의 기름으로 어두운 곳을 밝혀왔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한지(우리나라 고유의 기법으로 만든 종이)로 등불을 만들기도 했죠. 한지로 감싼 등불에서 나오는 빛은 우아하면서도 은은하니까요. 집에서도 ‘한지등’을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철사나 플라스틱 통, 색 한지 약간이면 충분합니다. 서울 등 축제 개최를 계기로 나만의 한지등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글=김록환 기자 , 사진=우상조 인턴기자

1 다양한 색의 한지를 색종이 크기로 잘라 5~6장 정도 준비한다. 물고기의 바탕이 될 색 한지는 3~4장, 눈과 무늬에 사용될 색 한지는 1~2장으로 맞추면 된다. 뼈대로 쓰일 구리 철사, 한지를 붙일 수 있는 풀, LED 전구와 붓, 나무젓가락도 필요하다. 스탠드 형태로 만들고 싶다면 구리 철사를 조금 더 넉넉히 준비하면 되고, 공중에 매달고 싶을 경우 와이어나 끈을 재료에 추가하면 된다. 재료는 인사동 거리와 용산 전자상가에서 5000원~1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2 물고기 모양을 만들기 위해 구리 철사를 손으로 구부린다. 각 면의 이음부는 테이프로 감아 단단히 고정해야 한다. 다음으로 나무 젓가락 끝 부분에 물을 듬뿍 묻힌 ‘물 연필’을 준비한다. 뼈대에 붙일 한지는 가위로 자르는 대신 물 연필로 테두리를 그려 찢어내듯이 잘라야 한지의 부드러운 느낌을 최대한 살릴 수 있다. 잘라낸 한지 가장자리에 풀을 발라 뼈대에 감싸는 방법으로 고정시키면 된다.

3 물고기의 몸체가 완성되면 눈과 장식을 붙일 차례다. 몸체와 다른 색의 한지를 꺼내 물 연필로 꽃잎 모양을 6~7개 그려 찢어낸 다음 물고기의 앞 부분에 풀로 붙인다. 붙여낸 꽃잎 모양의 가장자리를 물 연필로 다듬어 주면 바람에 흩날리는 듯한 섬세한 무늬를 연출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몸체에 붙어 있는 한지가 흐물흐물해진다면 붓에 풀을 살짝 발라 덧칠해야 한다. 이렇게 풀을 겹쳐 바르면 표면의 질감이 팽팽하게 살아난다.

4 물고기의 위쪽 부분에 LED 조명을 테이프로 고정한다. 불이 잘 들어오는지 확인한 후 등을 놓을 위치에 따라 마무리 작업을 하면 된다. 스탠드처럼 책상에 놓고 싶다면 물고기의 아래쪽에 3개의 구리 철사를 이어 붙여 다리 모양으로 고정시키는 방법이 있다. 안정감을 주기 위해 다리의 끝 부분을 동그랗게 말아 올려야 한다. 천장에 걸 때는 물고기 위쪽에 와이어를 걸어 매달면 된다. 바람이 불면 풍경처럼 자연스럽게 흔들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꿈을 전하는 구름물고기등   물고기 모양을 하고 있는 한지등이다. 손가락 길이의 철사를 이어 붙여 뼈대를 만든 다음 한지를 잘라 겉에 붙여 만들면 된다. 등의 이름인 ‘구름물고기’에는 꿈을 하늘로 전해 준다는 의미가 있다. 물고기의 앞 부분은 몸통과 다른 색 한지를 손으로 찢어 붙여 장식하는데 마치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과 같은 모양이다.

손바닥을 펼친 크기의 구름물고기등은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철사로 삼각대 모양의 다리를 만들면 아기자기한 스탠드가 되고, 물고기 위쪽에 고리를 걸어 천장에 매달면 조명등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전자상가에서 구할 수 있는 LED(발광 다이오드) 조명에서 나오는 빛은 한지 특유의 포근한 색감 덕분에 은은하게 보인다. 표구철(40) 설치미술작가는 “한지로 만들어진 등은 LED 조명의 차가운 느낌을 따뜻하게 바꿔주는 장점이 있다”며 “만들 때 표면에 풀을 겹쳐 바르면 팽팽한 질감을 나타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1 집에서 사용하던 화분 모양의 플라스틱 통을 깨끗하게 씻어 준비한다. 없다면 근처 마트에서 구입해도 좋다. 30~40㎝ 길이의 와이어와 포스터컬러·그림냅킨·한지·꼬마전구·콘센트도 필요하다. 스탠드의 받침 크기는 플라스틱 통보다 조금 더 넓으면 된다. 나무·플라스틱·금속 등 어떤 재질이어도 상관 없다. 통이 매달리게 될 와이어를 받침에 고정시키려면 구멍을 뚫어야 하는데, 쉽게 구멍을 뚫으려면 나무 받침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각 재료는 전자상가나 인사동에서 1만원 이하의 가격에 구입이 가능하다.

2 한지에 풀을 바른 후 플라스틱 통을 감싼다. 사용할 조명의 밝기를 고려해 덧붙이는 정도를 조절하면 된다. 이때 3~4겹 이상 덧붙이게 되면 조명이 너무 어두워질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통에 무늬를 넣을 때는 자신이 원하는 동·식물이나 행복을 기원하는 문구를 새기면 좋다. 포스터컬러로 직접 그림을 그려도 되고 한지를 손으로 찢어 무늬를 붙여도 상관없다. 그림을 그리기 번거롭다면 문구점에서 판매하는 그림엽서를 오려 붙이는 방법도 있다.

3 스탠드의 받침이 될 재료에 구멍을 뚫어 와이어를 넣는다. 와이어가 흔들리지 않게 접착제로 고정하면 되는데 집에 글루건(접착제 분사기)이 있다면 간편하게 할 수 있다. 와이어와 받침의 연결 부분 주위로 작은 돌멩이 3~4개를 둘러싼 후 접착제로 붙이면 더 단단하게 고정시키는 게 가능하다. 고정된 와이어를 따라 콘센트의 전선을 감싸 올린 후 앞서 만든 플라스틱 통을 와이어 위쪽에 테이프로 고정시키면 된다.

4 마무리 작업을 하기 위해 전선과 전구를 연결해야 한다. 플라스틱 통 안쪽에 전구를 매달고 전선을 아래로 늘어뜨린 다음 와이어를 따라 올린 전선과 연결해 준다. 전선이 아래로 늘어지면 지저분해 보이고 위험할 수 있어서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좋다. 연결시킨 부분은 절연테이프(전선의 접속 부분에 사용되는 테이프)로 감싸 매끄럽게 만들면 된다. 콘센트와 전구의 전선을 연결하고 조명이 제대로 들어오는지 확인하면 완성된다.

희망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화분 모양의 플라스틱 통을 재활용한 친환경 전통 한지등이다. ‘희망등’이라는 이름에는 버려진 물건이 아름다운 등으로 다시 탄생해 희망을 준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플라스틱 통에 한지를 붙인 후 그림이 수놓아진 냅킨이나 포스터컬러, 색 한지로 자신만의 무늬를 연출한 다음 30㎝ 높이의 스탠드 끝에 매달면 완성된다.

한지로 색을 낸 플라스틱 통 사이로 노란 꼬마전구의 빛이 통과해 편안한 느낌을 준다. 공부를 할 때 사용해도 좋고 거실에 놓아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할 때도 안성맞춤이다. 만드는 과정에서 한지를 얼마나 덧바르느냐에 따라 조명의 색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지를 여러 겹 바를수록 조명이 어두워진다.

희망등을 제작한 허브이야기 오인숙(52) 대표는 “동그란 통 모양 겉에 운용지(닥나무로 만든 한지)를 바르면 한지의 아름다운 결을 최대한 살려낼 수 있다”며 “우아함과 차분함을 함께 갖춘 한지의 멋을 느낄 수 있는 조명”이라고 말했다.

한지등의 은은함을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는 한지의 질감이다. 빛이 한지를 통과해 실내를 비추기 때문이다. 한지의 종류는 230종에 달하는데 쓰임새나 만들어진 장소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이 중 조명으로 사용하기 좋은 것은 운용지다. 운용지에 빛을 비추면 닥나무 무늬가 나타나며 운치를 더한다. 또 자연스러움이 강조된 한지의 특성상 가위와 같은 도구를 사용하는 대신 손으로 찢는 편이 보기에 좋다. 이때 물연필을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나무 젓가락 끝에 물을 발라 한지에 대고 그림을 그리듯 모양을 낸 후 손으로 찢어내면 쉽게 원하는 모양으로 찢을 수 있고 한지 특유의 질감을 살릴 수 있다.

주의할 점도 있다. 조명에 사용되는 전선을 연결할 때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선이 늘어지면 감전 사고의 위험도 있고, 전선 끝 부분은 날카롭기 때문에 손을 다칠 위험이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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