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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타고 사진 찍는 고미숙 중사…"공군의 강인함 알리는 것이 내 역할"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투기를 타고 하늘에서 작전을 펼치는 건 전투조종사들의 전유물이다?"
"아니다."

공군에는 전투기 안에서 공군의 주요작전과 훈련장면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전문 촬영사가 4명 있다. 고된 훈련끝에 능력을 검증받은 여군 부사관 1명이 최근 여기에 합류했다. 공군 본부 정훈부사관인 고미숙(33) 중사가 주인공이다. 고 중사는 "공군 전투기가 수행하는 임무들은 매우 높은 고도에서 다이내믹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지상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알 수가 없다"며 "공군 전투기들의 강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 믿음과 감동을 선사하는게 항공촬영사들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전투기는 여객기와 달리 급강하와 급상승, 좌우 이동이 빠르게 된다. 적의 공격을 피하고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서다. 이같은 급기동을 할 때는 최대 중력의 9배인 9G를 몸으로 견뎌야 한다. 여객기 이륙때 우리 몸에 가해지는 중력의 무게가 1.2G~1.5G다. 심장이 멎을 것처럼 느껴지는 롤러코스터도 최대 2.5G 내외다. 이를 감안하면 전투기 조종사들이 받는 중력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한다. 피가 다리로 몰려 의식을 잃는 경우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조종사들은 다리와 배 부분에 공기를 불어넣어 몸을 조임으로써 피가 아래로 쏠리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해 주는 G-수트를 입는다. 이런 급박한 전투기 기동상황에서 조종사는 조종간을 잡지만 촬영사는 묵직한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누른다.

다이내믹한 삶을 살고 싶어 공군에 지원했다는 그는 8일 오후 우리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KF-16 전투기 후방석에 탑승해 독도 상공을 비행했다. 조종사들과 똑같이 G-수트도 입었다. 지난해 12월 공군 정훈공보실 미디어영상팀에 배치된 이후 수송기나 헬기 등을 타고 항공촬영을 해 왔지만 전투기 탑승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고 중사는 "지상 사진 촬영은 장면을 놓치면 다시 연출해 찍을 수 있지만 항공기는 잠시도 멈출 수가 없어 그 순간을 놓치면 다시 촬영하기 어렵다"며 "항상 긴장하고 집중해야 하는 점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제가 촬영한 사진이 언론매체에 제공돼 기사의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중요한 자료로 쓰이게 돼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고 중사는 2007년 6월 여군 부사관 198기로 임관한 후 공군 군수사령부에서 행정업무로 군생활을 시작했다. 사무실 행정담당이었지만 정훈공보실에서 근무하다보니 자연스레 부대 행사를 사진이나 영상에 담는 업무도 병행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사진촬영에 관심을 갖게됐고, 2010년 4월 공보 및 사진촬영 분야 전문 부사관 양성을 위한 정훈부사관이 신설되자 지원했다고 한다. 이후 우리 공군의 최신예 전투기인 K-15K를 운용하는 11비행단에 배속돼 지상에서 비행기 촬영에 빠졌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현재의 미디어영상팀으로 옮겨 수송기와 헬기를 거쳐 이날 꿈에 그리던 전투기에 올라 사진과 영상을 담아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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