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맥긴리 사진전 … "느껴지는가, 이 자유로운 젊음"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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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원(1894∼1935)의 수필 ‘청춘예찬’은 이렇게 시작된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보라.”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아우성대지만, 그렇다고 그 젊음의 반짝임이 퇴색되는 건 아니다.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서 7일부터 열리는 ‘라이언 맥긴리-청춘, 그 찬란한 기록’은 영혼이 자유롭던 그때를 감각적으로 호출하는 사진전이다.

 라이언 맥긴리(36)는 26세인 2003년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이듬해엔 뉴욕 현대미술관 PS1에서, 2007년엔 암스테르담 사진박물관에서도 전시했다. 뉴욕 국제사진센터(ICP)가 수여하는 ‘젊은 사진가상’(2007)도 받았다.

 미국 뉴저지의 조용한 중산층 동네 램지에서 8남매 중 막내로 자란 그는 친구들과 ‘적당히 탈선’하며 보낸 젊은 시절, 광란의 파티 장면 등을 사진으로 기록하면서 젊은 사진가로 떠올랐다. 불안 의 10대가 아니라 인간 본연의 자유를 만끽하는 모습, 욕망에 충실한 모습으로 바라본 이 긍정적 시선은 새로운 차원의 사진으로 평가받았다.

불안한 청춘 긍정적 묘사

 아이슬란드 록밴드 시규어 로스의 뮤직 비디오 ‘Varuo’를 기획하는 등 대중문화와도 협업한다. 한국 전시는 이 젊은 사진가의 14년간 이력을 망라한다. 미국 전역을 횡단하며 젊은 세대가 꿈꾸는 환상적인 풍경을 포착한 ‘로드 트립’ 시리즈,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보여주는 ‘애니멀’ 시리즈 등이 출품됐다. 6일 전시장에서 만난 맥긴리에게 물었다.

 -어찌 보면 평범한, 누구나 찍을 수 있는 사진인지도 모르겠다. 이 같은 사진으로 예술적·대중적 인정을 받은 이유가 무엇일까.

 “사진가로서 내가 중시하는 것은 피사체가 되는 모델, 이들에게 사진가로서 내 비전을 설명하고 참여토록 한다. 사람을 찍는 걸 중시하는 이유는 움직이기 때문이다. 점프하고, 춤추고, 서로 기대고, 머리칼을 휘날리는 그 역동성을 포착하는 데 관심이 있다. 그리고 빛이다. 나는 일출 두 시간 전, 일몰 두 시간 후를 ‘마법의 시간대’라고 부른다. 이 시간의 빛은 영롱하고도 부드럽다.”

 -당신에게 청춘이란.

 “열정이 냉소를 대체하듯 감성적이고 예술적인 낙천과 자유다.”

 미술관 권정민 수석 큐레이터는 “젊음을 주제로 사진 찍은 이들은 많지만, 어두운 방황기로 접근한 게 대부분이다. 맥긴리의 사진엔 이와 달리 기쁨과 희망이 담겨 있다. 우리의 힘든 청춘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대림미술관서 오늘 개막

 아버지가 6·25에 참전했다는 맥긴리는 “내게 카메라는 요술 상자여서 곳곳을 여행하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나 역시 반항적 영혼이었다. 한국의 관객들에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전시는 내년 2월 23일까지. 전시 기간 중 매주 토요일 조수용 JOH 대표, 조영덕 트리오, 사진가 김진형 등의 강연·콘서트·워크숍 ‘청춘PASS’가 이어진다. 02-720-0067.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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