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악…모스크바 전화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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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소련 안의 거의 모든 일이 그렇듯이「모스크바」의 전화사정도 불가사의 중의 불가사의. 7백만이 모여 사는 이 대도시에 전화번호부도 없으려니와 번호안내전화도 언제나 통화중이니 말이다.
일상 시에 전화를 하려 해도 언제나 통화중 신호가 나와 짜증을 내는 시민이 많다.「모스크바」에서 발행되는『문학신문』의 편집국장은 전화고장이 잦은 것을 항의하려고 전화국장의 사무실로「다이얼」을 『1백번』돌렸으나 언제나 통화중.
다시 고장 계의「다이얼」을 50번이나 돌렸으나 이것 역시 통화중이었다고「모스크바」의 외국인 특파원들에게 불평한 것이 화제가 된 일까지 있다.「모스크바」에서 병원이나 약국에 전화 건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이고, 또 혼선이 잦은 것도「모스크바」전화의『명경』에 속한다.
어느 외국특파원은 1주일동안 동물원을 찾는 전화가 쉴새없이 걸려와 진땀을 뺐고, 서구국가의 대사관에는「모스크바」교외의「레코드」공장에서 물품을 납품하겠다는 전화가 걸려와 대사관 직원을 어리둥절하게 하기도 했다.
게다가 너무 혼선이 잦은 통에 전화를 잘못 걸고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퉁명스럽게 끊어버리는 것이 습관처럼 돼있다.「모스크바」의 전화예의는 세계에서 가장 나쁘다는 게 외국인들의 중론.『문학신문』의 어느 기자는「모스크바」시민이 전화 거느라고 낭비하는 시간을 합치면 1백만 시간이 넘을 것이라고 계산(?)하고 있다.
1백 68만 회선이나 되는「모스크바」의 전화는 일반가입자에 대한 번호가 마련되어 있지 않고 최근에 만든 것이라야 20년 전 것.「모스크바」시내의 2만여 개소의 공중전화에 있는 전화번호부는 공공기관의 것밖엔 없다.
따라서 6백여명의 번호안내양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하루에 14만회의 문의를 처리하고 있다는 것.
「모스크바」의 전화사정이 이처럼 나쁜 것은 시설도 부족한 데 있지만 소련인들은 한번 전화를 잡으면 5분∼10분을 넘기는 장시간통화에도 원인이 있는 듯.
게다가 전화를 아무리 많이 걸어도 한 달에 3「루블」(약1천원) 의 기본통화료만 지불하기 때문에 전화사정 악화에 부채질하는 꼴이 되고 있다. <슈피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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