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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국적 파문' 확산] 아들 병역면제와 관련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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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과 아들의 병역 면제를 둘러싼 의혹이 시간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陳장관은 5일 정통부 기자실에서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그러나 해명 이후에도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그동안 陳장관 가족의 주민등록이 국내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陳장관을 제외한 가족들의 주민등록은 등재돼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아들 상국(25)씨는 출국하기 1년 전인 1996년 5월 미국 시민권자를 이유로 주민등록을 말소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陳장관은 이날 "87년 귀국해 열심히 일만 했다. 집안일은 아내가 알아서 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진실은 뭔가=陳장관의 아들 상국씨는 현재 한국 국적이 없는 미국 시민권자다. 그는 98년 가족이 모두 미국 영주권자라는 이유로 병역면제 처분을 받은 뒤 2000년 6월 자동적으로 한국 국적을 상실했다. 병역법과 국적법에 따른 것이다.

陳장관 부부는 미 IBM에 근무할 때인 85년 미국 영주권을 받았다. 아들과 두 딸은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권자다. 陳장관은 86년 잠시 입국하면서 '국외 이주'신청을 했기 때문에 주민등록이 말소됐다. 87년 완전 귀국한 뒤에도 국내에서 '국외 이주'상태로 살았다.

그러나 가족들은 부인을 호주로 주민등록이 있었다. 그리고 陳장관은 물론 가족들도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지 않고 '국내 거소증'으로 운전면허증도 발급받고 자녀들은 학교를 다녔다.

陳장관은 삼성전자 사장이 된 뒤인 2001년 6월 영주권을 포기했고, 부인은 아직도 갖고 있다. 결국 陳장관은 15년 동안 국내 주소지도 없이 외국인처럼 생활해온 것이다. 물론 투표나 주민세 납부 등은 하지 않았다.

陳장관은 "(아들이)미국 시민권자여서 병역을 면제받은 줄 알았지, 그가 스스로 면제 신청을 한 줄은 이틀 전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아들이 '미국으로 보내달라'며 애원해 어쩔 수 없이 보냈다"고 설명했다.

陳장관은 또 "삼성에 들어올 때 5년 계약직으로 했기 때문에 미국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고, 영주권이 있을 경우 미국 출장 때 비자를 받을 필요가 없어 영주권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는 삼성전자 정식 임원이 된 92년 이후에도 영주권을 유지했다.

왜 혼란을 빚었나=아들 병역문제가 불거지자 정통부는 지난 3일 오전 陳장관 아들이 한국 국적을 포기한 미국 시민권자라고 했다가 이중 국적자라고 말을 바꿨다가 또 한국 국적이 말소됐다고 발표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또 가족의 주민등록에 대해서도 당초에는 "호적에만 올라 있고 주민등록에는 없다"고 했다가 "예전에 살던 동사무소를 뒤져 수기(손으로 기록한)등본을 보니 陳장관을 제외한 가족 모두 주민등록이 돼 있었다"고 바꿨다.

다만 아들은 출국 1년 전인 96년 5월에 주민등록을 말소했다고 설명했다. 陳장관은 "아들의 국적과 병역 문제에 대해 내가 자세히 잘 몰라 그동안 혼선이 있었다"고 밝혔다.

의혹은 남는다=가장 큰 의혹은 陳장관 부부가 영주권을 계속 보유하고 있었던 것은 아들의 병역 면제를 위한 것이 아니었느냐는 것이다. 귀국한 뒤 15년 동안이나 살면서 미국 영주권을 버리지 않은 것은 업무 때문이었다는 陳장관의 해명은 어쩐지 군색하다.

또 다른 의문은 96년에 상국씨가 주민등록을 말소한 것이 신체검사 통지를 받지 않기 위한 계산에 의한 것이 아니었느냐는 것이다. 상국씨는 97년에 신체검사 통지를 받아야 했으나 주민등록이 말소돼 병무청은 통지하지 못했다.

출국한 상국씨는 98년 가족이 모두 영주권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병역면제 처분을 받았다. 陳장관은 "시민권자여서 징집이 안나오는 줄 알았다. 면제 신청한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외아들의 병역 문제를 전혀 몰랐다는 것이 사회 통념상 이해가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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