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심청구제도의 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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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무부는 23일 신분이 확실한 경범 자에 대해서는 경찰이 궐석 재판을 청구하고 즉결 심판선고 후에 서면 통고만으로 벌과금을 자진 납부토록 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경범자의 인신 보호를 위한 즉심청구업무 개선안을 성안, 이를 오는 29일부터 실시키로 했다 한다.
내무부가 신분과 주거가 확실한 경범자를 일단 귀가시키고, 귈석 재판에 회부한 뒤 벌과금을 자진 납부케 하는 개선 안을 마련한 것은 인권 침해를 덜기 위해 너무도 당연한 조치이다.
치안국 집계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 전국적으로 경범자의 즉심청구는 모두 92만7천1백95건이나 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19∼60세까지의 우리 나라인구 1천3백 여만 명 가운데 놀랍게도 15명중 1명이란 많은 사람이 경범피의자로 적발되었음을 의미한다. 이중에는 형사입건으로 송치된 인원이 5백36명이고 무죄가 1천6백2명으로 벌과금 납부 액은 5억5천5백 만원에 이르고있다.
그런데 즉심청구를 받은 사람은 대부분이 보호 실에서 잡범 들과 하룻밤을 같이 자고 난 뒤 상오 9시부터 5∼6시간이나 기다려야 심의를 받게 되는데 심의건수가 지나치게 많아 1인당 3초의 속도로 즉결심의를 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즉결 심판소가 없는 지역에서는 순회판사가 잘 오지를 않아 상당한 시일동안 보호 실에서 신체의 자유를 잃고 생업에까지 막대한 지장을 받아 왔다.
따라서 내무부가 이번에 실시키로 한 즉심제도의 개선은 무엇보다도 국민의 인권옹호에 크게 도움이 될 조치임에 틀림없다. 이 개선책에 따르면 ⓛ지·파출소에 연행된 경범 피의자 중 신분·주거가 확실하고 다음날 자진출두를 보장할 수 있는 자에게는 귀가 조치케 한 점 ②본서에 연행된 자에 대해서는 당직관이 이를 판단, 보호조치·신병확보여부를 결정하고 ③보호조치는 정신착란, 또는 술에 취해 타인의 생명·재산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자와 미아·병자·적당한 보호자가 없는 자 등에 한해서만 적용키로 한 점 등에서 인권 옹호상 많은 진전을 보인 것이라고 하겠다.
이는 애당초 경찰서장의 통고제도를 실시하려던 내무부가 위헌이라는 비난 때문에 궐석 재판제도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견해는 내무당국자가 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즉심처분을 받는 경범죄의 대종인 야간 통행금지제도를 없애는 것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야간통행금지의 법적 근거는 오로지 경범죄 처벌법 밖에 없는데, 현재는 『전시·천재·지변 또는 기타 사회에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때인 만큼, 국민의 헌법상 권리인 거주이전과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야간 통행금지제도를 언제까지나 고집하는 이유를 우리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충북도민이나 제주도민에게는 야간통행을 허용하면서 여타의 지역주민의 야간폭행을 금지함은 평등의 원칙에도 필요 된다고 할 것이다. 경범죄처리법의 규정은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고 있거니와, 그 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서는 원천적으로 야간통행금지제도부터 없애는 것이 가장 적절한 방법임을 내무부도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내무부는 또 보호실과 즉심 대기실을 분리할 구상이라고 하는바 이것도 적절한 방안이라고 하겠다. 현재의 경찰서의 보호시설은 인간의 존중을 침해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많은 국고금을 들여서라도 시급히 개선하여야만할 것이다. 이와 함께 경찰서 아닌 간이법원구내에 즉심대기실을 만드는 것도 연구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 대법원에서도 즉결 심판 절차와 국민의 인권옹호를 위하여 여러 가지 방안을 연구중이라고 하는바, 새 제도의 채택 이전에라도 궐석 즉결심판제와 같은 보석제도를 활용하여 석방 후에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인권옹호에 만전을 기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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