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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축구「팀」의 해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1개월 동안 국가대표 「팀」으로 국민들에게 환희와 실망을 함께 안겨준 청룡 「팀」을 해체했다.
70년2월 「뮌헨·올림픽」상위입상과 대 북괴 전 대비라는 대망을 품고 발족했던 청룡은 지난해 아주 경기대회 우승을 필두로 「메르데카」배 쟁탈 축구대회 우승, 태국 왕배 쟁탈 축구대회 3연패 등 아주 정상을 여러 차례 정복하여 많은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그러나 정녕 최대의 목표인 「뮌헨·올림픽」출전의 문을 뚫지 못하고 「말레이지아」에 패배하여 국민들에게 크나 큰 실망을 준 것도 사실이다.
축구는 경기규칙이 단순하여 쉽게 경기를 할 수 있고 누구도 부담 없이 관전할 수 있는 경기이기 때문에 우리 국민사이에 가장 큰 인기를 차지하고 있는 종목이다. 따라서 청룡「팀」 일전 일전은 그때마다 온 국민을 일희일비케 하였고 청룡「팀」이 한국 「스포츠」의 대표적인 존재로 군림해 온 것도 축구의 「국지적」인 성격 때문이었을 것이다.
청룡은 21개월 동안 33차례의 공식경기를 치러, 20승11무2패라는 좋은 성적을 남겼고, 해외경기가 열리면 국민들은 밤늦게까지 전파에 귀를 기울이며 선수들의 활약에 잠을 잊은 적도 있었다. 또한 외국의 유명한 축구 「팀」을 국내로 초청하여 경기를 벌이면 많은 「팬」들이 서울 운동장이 메어지게 운집하여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은 것도 그들의 선전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뮌헨·올림픽」출전권을 얻지 못한 청룡 「팀」은 선수들의 평균연령이 25세를 넘어 이들로써는 다음 74년 「뮌헨·월드·컵」대회와 76년 「몬트리올·올림픽」까지 끌고 가기에는 너무 노화했다는 것이 축구협회의 해체 이유인 것 같다. 그렇지만 또 하나의 지상과제인 북괴와의 「스포츠」대결을 염두에 둔다면 하루라도 훈련의 공백을 둘 수 없는 것이므로 우리는 이번 조처가 발전적인 계기가 되어 하루속히 새로운 국가대표 「팀」이 구성되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지난번 체육회의 국정감사에서 체육회장은 『남북자적십자의 가족 찾기 회담이 성공되면 남북 「스포츠」교류도 이루어질 것』이라고 답변한 바도 있거니와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로서는 언젠가는 닥쳐올 북괴와의 「스포츠」대결을 위하여서도 모든 경기단체들은 국민들의 여망을 저버리지 않도록 유의해야할 것이다.
올해 들어 한국 「스포츠」는 많은 부분에서 후퇴한 느낌이 없지 않다. 축구의 「올림픽」출전권상실에 이어 유도도 「아시아」3위로 밀려나 「올림픽」출전권을 얻지 못했고 지금 일본에서 거행중인 「핸드볼」예선에서도 우리 「팀」이 일본 「팀」에 패하여 「올림픽」출전이 저지될 운명에 놓여있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 나라의 모든 경기「팀」들이 지금까지 흔히 「스타·플레이어」중심으로 운영되어 언제나 해당 경기종목의 신진대사를 가능케 할 저변선수진의 확보를 등한시하는 타성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청룡「팀」의 해체가 「스포츠·팬」들에게 좌절감마저 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 하겠는데, 우리는 비단 축구협회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의 모든 경기단체들이 앞으로 젊고 유망한 신예선수들로 망라된 국가대표 「팀」을 하루빨리 구성하여 침체된 체육계에 새 활력소를 불어넣고 내일의 국제대회와 대 북괴 전을 향해 심혈을 기울여 훈련과 지도를 힘써야 할 것이다. 「스포츠」대결을 통해 국력을 「테스트」하는 오늘의 세계조류를 생각할 때 강력한 국가대표 「팀」으로 아주 정상은 물론 세계대열에서 선전 분투하는 것이 조국의 면모를 만방에 과시하는 지름길도 된다는 것을 상기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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