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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의 법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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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농림부에서는 식량청의 신설을 고려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런가하면 상공부에서는 또 공업진흥청의 신설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자꾸 파킨슨의 법칙만을 따라가는 것 같다.
파킨슨의 법칙이란 영국의 사가 노스코트·파킨슨이 발견한 법칙이다. 곧 관청의 기구와 관리의수는 업무량과는 반비례해서 증대된다는 것이다.
그가 든 예에는 이런게 있다. 2차대전이 끝나자 영국은 해군함대의 수를 대폭 줄여 나갔다. 그러나 해군성의 관리 수는 반대로 증가되었다. 영국은 식민지를 많이 잃었는데도 식민지국의 직원 수는 늘어만 갔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가령1954년 이후에 농장 수는 새36%가 줄고 농촌인구는 42%이상 감퇴했지만, 농업성의 관리 수는 오히려 62%나 증원되었다.
파킨슨은 이런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 원인을 다음과 같이 보고있다.
첫째 관리는 자기부하가 늘어나는 것을 몹시 바란다. 그러나 「라이벌」이 늘어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둘째 관리는 서로를 위해서 일거리를 자꾸 만들어 나간다. 여기에 또 하나의 요인이 가미된다. 즉 세째로 관리는 한번 조직된 기구가 폐지될 우려가 있을 때에는 일치단결해서 이를 저지하려 애쓴다.
이래저래 관료제도의 기구는 부풀어 나가고 새 기구들이 뒤를 이어 창설된다. 그렇다고 기구개편으로 불필요해진 관료들의 감원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런게 관료제도의 어쩔 수 없는 생리일는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걸 가만히 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0년 동안에 공무원 수는 엄청나게 늘어났다. 기구도 터무니없이 확대되어만 갔다. 나라살림의 규모가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라고만 볼 수도 없을 것이다. 업무량이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에서만도 아닐 것이다. 이따금씩 감원의 필요성을 당국스스로가 강조하고 있으니 말이다.
가령 공업진흥청도 공업시책의 일원화를 위해서 신설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각 부처에 흩어져있는 공업관계 직원들만을 한곳에 모아놓는 것 뿐이라 하겠지만 사실은 그렇게 단순하지가않다.
우선 일원화란 그동안 업무가 중복되어 있었다는 뜻이 암시돼 있다. 그게 일원화된다는 것은 정리의 뜻이어야 하겠는데 실제로는 모두 그대로 구제된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거기에 또 무더기 승진의 기회가 마련되는 것이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직 공무원들에게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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