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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현, 바닥부터 다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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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안시현

‘신데렐라’ ‘LPGA 신인왕’ ‘미녀 골퍼’ 등의 화려한 수식어는 다 내려놓았다. 최근 이혼의 아픔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아이를 위해 어금니를 꽉 물었다. 안시현(29)이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안시현은 12일부터 무안CC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시드 예선전에 참가 신청서를 냈다. 340명이 참가해 40위 이내에 들어야 KLPGA 풀시드를 받을 수 있다. 불과 2년 전까지 세계 최고 LPGA 무대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왔던 그다. 2003년 LPGA 투어 CJ 나인브릿지 클래식(현재 하나·외환 챔피언십) 우승과 이듬해 LPGA 신인상 등 승승장구하며 신데렐라로 주목받았던 그가 이제 외로운 필드에서 스무 살 안팎의 동생들과 경쟁해야 한다.

 2002년 프로 데뷔 후 첫 퀼리파잉스쿨이라 더욱 낯설다. 그는 2부 투어 상금왕으로 1부에 올라갔다. LPGA도 다른 선수들처럼 Q스쿨이 아니라 대회 우승으로 차지한 그다. 안시현은 6일 전화 통화에서 “너무 오래 쉬어서 긴장되고 설레는 기분으로 시드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시현은 지난 6월 방송인 마르코와 이혼했다. 그는 마르코와의 사생활에 관한 건 얘기하지 않기로 했단다.

 2011년 9월 KLPGA 투어 한화금융클래식 이후 안시현은 1년9개월 동안 골프클럽을 잡지 않았다.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 이혼이 그동안 생긴 일이다. 지난 6월 이혼의 절망 속에서 그는 18개월 된 아이의 눈동자를 바라봤다. 안시현은 “나만 바라보는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힘을 내야 한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6월 그는 연습을 시작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고등학교 때처럼 훈련한다.

 KLPGA에서 주부 골퍼로 재기하는 건 쉽지 않다. 최혜정(29·볼빅)이 유일한 엄마 시드권자다. 안시현은 “예전엔 내가 게을렀는데 지금은 연습벌레가 다 됐다”고 했다. 그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이 잔소리로 들렸고, 알면서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아이 키우는 게 골프 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든 걸 알았기 때문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8일부터 사흘간 부산 아시아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ADT 캡스 챔피언십이 복귀 전초전이다. 유일한 초청 선수로 초대된 안시현은 26개월 만에 팬들 앞에 선다. 예쁜 신데렐라에서 생활력 넘치는 아이 엄마가 된 안시현의 스윙이 세차게 돌아가고 있다.

김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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